가을철 찾아오는 ‘쯔쯔가무시증’
<건강 생활>

선선한 바람과 함께 본격적인 야외활동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추수를 비롯한 농작업은 물론 벌초와 성묘, 등산, 단풍놀이 등 산과 들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시기다. 하지만 가을철 야외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쯔쯔가무시증’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을 보유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3,000~6,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10월과 11월에 환자가 집중된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가을철 쯔쯔가무시증 유행에 대비해 지난 8월 26일부터 오는 12월 16일까지 16주간 전국 18개 지점에서 매개체인 털진드기 발생 감시에 들어갔다.
진드기 늘어난 뒤 환자도 증가
쯔쯔가무시증이 가을철에 집중되는 이유는 털진드기의 생활사와 관련이 있다. 털진드기는 유충기에만 사람이나 동물에 기생해 체액을 섭취한다. 여름에 산란된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초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고 기온 변화와 함께 개체 수가 증가한다. 농작업과 추수, 벌초, 성묘, 단풍 관광 등이 몰리는 시기와 털진드기 활동 시기가 겹치는 셈이다.
실제로 2025년 질병관리청 감시 결과를 보면 털진드기는 10월 중순인 43주차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1월 초인 46주차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쯔쯔가무시증 환자 역시 털진드기 증가 이후 약 1~3주의 간격을 두고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주요 매개종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활순털진드기와 대잎털진드기는 10월 중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1월 초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수염털진드기는 10월 말부터 증가해 11월 말에 발생량이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 주로 나타나는 털진드기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다. 2025년 조사에서는 경남·전남 등 남부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활순털진드기가 주로 확인됐으며, 강원 북부와 충남 지역에서는 대잎털진드기의 발생이 두드러졌다.
특히 주요 매개종인 활순털진드기의 분포 범위가 과거보다 넓어진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활순털진드기는 주로 남부지역에 분포했지만 2020년 이후에는 전국적인 분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쯔쯔가무시균을 옮길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털진드기는 활순털진드기, 대잎털진드기, 수염털진드기, 동양털진드기, 반도털진드기, 사륙털진드기, 조선방망이털진드기, 들꿩털진드기 등 모두 8종이다.
다만 모든 털진드기가 사람에게 쯔쯔가무시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확인된 털진드기과 진드기는 60종이지만 이 가운데 쯔쯔가무시균을 매개하는 종은 8종이며, 이 중에서도 실제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유충이 사람을 물었을 때 감염 가능성이 생긴다.
감기몸살과 비슷하지만 ‘가피’가 단서
쯔쯔가무시증은 감염 초기 증상만 놓고 보면 감기나 몸살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털진드기에 물린 뒤 일반적으로 10일 이내 발열과 두통, 오한, 발진, 림프절 종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구토와 근육통, 기침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쯔쯔가무시증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단서는 털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생기는 ‘가피’다. 가피는 피부에 형성되는 검은색 딱지 형태의 흔적으로, 쯔쯔가무시증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
특히 가을철 농작업이나 등산, 벌초 등 야외활동을 한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이나 발진이 나타나고 몸에서 검은 딱지가 발견된다면 단순 감기몸살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쯔쯔가무시증은 감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비교적 쉽게 회복할 수 있지만, 감기몸살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질병관리청도 야외활동 이후 10일 이내 가피와 함께 발열·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 번 쯔쯔가무시증에 걸렸다고 해서 다시 감염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쯔쯔가무시증에는 다양한 혈청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복된 환자는 동일한 혈청형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면역력을 가질 수 있지만 다른 혈청형의 균에 감염될 경우에는 재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백신보다 중요한 것은 ‘물리지 않는 것’
가을철 쯔쯔가무시증 예방의 핵심은 털진드기와의 접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농작업이나 산행 등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긴팔과 긴바지, 장갑, 모자, 목이 긴 양말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신발이나 양말, 바지 등에 진드기 기피제를 적절한 주기로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풀밭에서는 행동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발목보다 높은 풀이 자란 곳에는 가급적 들어가지 않고, 풀밭에 직접 앉거나 눕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휴식을 취할 경우 돗자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농작업이나 벌초처럼 풀이나 토양과 오랜 시간 접촉하는 활동은 털진드기와 마주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옷을 풀밭 위에 벗어두거나 작업 중 맨살을 그대로 노출하는 행동을 피하고, 작업복과 일반 외출복을 구분해 관리하는 것도 예방수칙 가운데 하나다.
쯔쯔가무시증 예방은 특별한 장비나 복잡한 방법보다 생활 속 기본수칙을 얼마나 지키느냐가 중요하다. 피부를 가리고 풀밭과 직접 접촉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털진드기에 물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야외활동이 끝난 뒤의 관리도 중요하다. 귀가 후에는 입었던 옷을 바로 털어 세탁하고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서 몸에 진드기가 붙어 있거나 벌레에 물린 자국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다만 털진드기 유충의 크기는 0.3㎜ 이하로 매우 작아 육안으로 직접 발견하기는 어렵다. 결국 진드기를 찾아내는 것보다 야외활동 당시 피부 노출을 줄이고, 귀가 후 즉시 몸을 씻는 등 예방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책이다.
샤워할 때는 단순히 몸을 씻는 데 그치지 않고 피부에 평소 보이지 않던 상처나 검은색 딱지가 생기지 않았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후 며칠 동안 발열이나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지도 살펴야 한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가을철 농작업 및 야외활동 시 긴팔·긴바지와 장갑 등 피부 노출을 줄이는 옷을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즉시 샤워하고 착용한 옷을 세탁하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쯔쯔가무시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외활동 후 털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의심되는 가피가 확인되거나 발열·발진 등의 증상이 10일 이내 나타나는 경우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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