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서 본 건강기능식품의 미래
CPHI/Hi Korea 2026 역대 최대 규모 개최

건강기능식품을 둘러싼 경쟁의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능성 원료를 발굴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개인에게 맞는 제품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해외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 것인지,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까지 산업의 관심사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산업 전시회(CPHI/Hi Korea 2026)’에서는 이 같은 건강기능식품산업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행사에는 세계 22개국 478개 기업이 참가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주최 측에 따르면 해외 등록자 비중도 19.6%로 늘었다.

커진 전시장…건기식 원료 경쟁도 치열
이번 전시회는 본래 의약품 원료와 완제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B2B 전시회지만, 국내 행사에서는 건강기능성 원료와 제품을 다루는 ‘Hi Korea’가 함께 열리면서 건강기능식품의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E홀에도 건강기능식품 및 원료 기업들이 자리했다.
현장에서는 서흥, 콜마비앤에이치, 삼양식품, 시너지바이오 등 건강기능식품 제조·원료기업을 비롯해 국내외 관련 기업들이 다양한 소재와 기술을 선보였다. 직접판매업계에서도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ODM·원료 분야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소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 눈에 띈 것은 단순히 새로운 원료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료의 과학적 근거와 적용 기술을 함께 강조했다는 점이다. KSM-66 아쉬아간다를 비롯해 노화, GLP-1, 여성 건강 등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진 분야가 세미나 주제로 다뤄졌고, 원료의 흡수와 전달 기술을 앞세운 발표도 이어졌다. 미생물 대사체 전문기업 엔피케이 역시 전시회에서 관련 기술과 원료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둘러싼 경쟁도 확인됐다.
결국 전시장에서 확인된 변화는 ‘무엇을 넣을 것인가’에서 ‘어떤 근거와 기술로 차별화할 것인가’로 건강기능식품 원료 경쟁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만큼 중요해진 ‘어디서 어떻게 파느냐’
CPHI 마지막 날에는 건강기능식품 유통환경의 변화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컬리,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쿠팡, 네이버 등 주요 유통 플랫폼 관계자들이 참여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달라지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소비를 소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공지능이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가성비 소비, PB 확대, 빠른 배송, 웰니스 시장의 성장도 주요 변화로 꼽혔다.
이는 건강기능식품 기업들의 경쟁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제안할 것인지, 플랫폼별 특성에 맞춰 제품과 브랜드를 어떻게 노출할 것인지까지 제품 기획 단계에서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건기식협회 컨퍼런스도 북적
전시장이 새로운 원료와 기술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면, 같은 기간 열린 ‘K-Health Conference 2026’에서는 변화하는 시장과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한 이번 컨퍼런스에는 산업계와 학계, 정부, 연구기관, 유통·마케팅 관계자 등 약 1,500명이 참석했다. 사흘 동안 7건의 세미나와 4건의 상담회가 진행됐으며 기능성 원료와 정책·제도부터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해외시장 진출, 유통환경 변화까지 산업 전반의 현안이 폭넓게 다뤄졌다.

특히 지난해 제도화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실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방안에 관심이 모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기준 전국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소는 819곳으로, 이 가운데 약국이 673곳을 차지했다. 이용 경험자의 77.4%가 향후에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는 등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제도가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현장에서는 상담 방식의 유연화와 AI 활용, 사후관리 강화 등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단순히 소비자에게 제품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섭취 이후까지 관리하는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AI 역시 전문가를 대체하기보다는 상담과 지속적인 소비자 관리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소비자가 기존 건강기능식품과 차별화된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장 확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실무적인 정보도 공유됐다. 미국 시장을 다룬 세션에서는 현지 건강보조식품 시장과 유통채널 변화, GRAS와 신규 식이성분 신고(NDIN) 등 주요 규제체계가 소개됐다. 일본 시장과 관련해서는 기능성표시식품(FFC) 제도와 소비자 수요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진출 전략을 살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시장 진입과 일본 기업과의 공동개발 등 구체적인 사업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이처럼 제도화 이후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건강기능식품 기업들이 실제 사업 과정에서 마주하고 있는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새로운 원료와 기술을 선보인 전시장과 맞물려 향후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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