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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칼럼> 78%가 동의했는데 왜 부족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집단적 동의

  • 기사 입력 : 2026-09-10 16:03:45
  • 수정 시간 : 2026-09-10 16: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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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지점을 둔 한 회사가 2014년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거쳐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하였는데, 그 노동조합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아니었다. 회사는 합의 내용을 반영한 사규 개정안을 마련한 뒤 사내 전산망에 ‘사규 개정 직원 동의 안내’라는 공지와 동의서를 올려 7일 동안 개별 동의를 받았고, 근로자 4,906명 중 3,857명, 약 78%가 동의하였다. 원심은 적법한 동의가 있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법리 오해를 이유로 이를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5010 판결). 인력이 여러 곳에 흩어져서 근무를 하는 조직이라면 이 판결이 지적한 점을 정확히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그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대법원은 그 동의를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단위 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회의 방식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받는 방식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나, 의견 형성 과정에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동의자가 형식적으로 과반수에 이르러도 집단적 동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부족하다고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근로자들이 회합하여 의견을 교환한 절차를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각 지점 지원팀장을 상대로 한 설명회는 일부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체 근로자의 회합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둘째는 설명이 부실하다는 점이었다. 회사가 올린 공지에 구체적 설명이 없고 동의서에는 개정 전후를 병렬 기재한 표만 있어 근로자가 동의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보았다. 셋째는 기간으로, 전국에 산재한 약 5,000명의 근로자들이 7일 안에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임에도, 회사가 독려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 여러 사업장을 두고 있는 회사들은 게시판 공지나 전자적 방법에 의한 투표를 통해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인력이 흩어져 있다는 사정이 절차를 간소화할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더 긴 기간과 촘촘한 단위별 절차를 요구하는 근거로 보았다. 또 다른 하나는 설명회가 그 자체로 회의 방식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부서별 설명회 참석이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본 예가 있었으나 이번 판결은 그 설명회가 회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였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회사가 설명하는 자리와 근로자들이 논의하는 자리는 나누어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면 손볼 곳은 분명하다. 취업규칙 중 불이익한 개정 항목은 유리한 개정 항목과 묶어 일괄 표결에 부치지 않거나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내용을 분명히 하고, 신구대조표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정된 취업규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예시를 통해 근로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서별·근무조별·지점별 근로자들의 논의를 독려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 측의 설명과 홍보는 개입이나 간섭으로 보지 않는 것이 법리이므로 설명회 개최 자체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전산망이라는 수단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 해당 판례 어디에도 매체나 장소, 대면 여부에 관한 요건은 등장하지 않고, 이 판결로 해당 임금피크제 제도 자체가 무효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부족하다고 본 것은 동의를 받은 절차에 있는 것이니, 그동안 우리 사업장에서 진행해온 절차를 되돌아보고 향후에 어떤 점을 보완해 나갈 것인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이지윤 노무사>
-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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