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제10대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만료된다. 이에 따라 공제조합은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거의 3년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사장 인선 때마다 업계의 관심은 높다.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해 설립된 공제조합은 단순한 보상기관을 넘어 정부와 업계,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근래에는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주로 이사장을 맡았다. 업계는 이들이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합리화하는 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업계의 현실과 목소리가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관료 출신이라고 해서 안 되고 반드시 업계 출신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직접판매공제조합이 한국암웨이 출신 이사장을 기용했을 당시 해외시장 진출이나 경영자문 등 현장 경험을 활용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되짚어 볼 만하다. 업계의 구조와 기업의 사정, 판매원의 현실을 이미 경험한 사람은 취임한 뒤 업계를 배우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
역대 이사장들을 보면 상당한 시간을 업무와 업계를 파악하는 데 보내고, 이제 현안을 이해하고 뭔가 해볼 만하면 임기 후반에 접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장과 규제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공제조합에 더 이상 그런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현장을 알고 업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자격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업계를 안다는 명분이 몇몇 사람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맞는 인사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이나 일부 관계자에게 편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업계 전체의 이익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사장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 업계 전체에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검증이다.
자리가 나면 올 만한 사람이 오고, 몇몇 관계자가 만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눈 뒤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로 중요한 자리를 맡기는 관행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쁜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고 그럴듯한 포부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좋은 것과 그 자리에 좋은 사람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이력이 중요하다. 이력은 어느 기관에서 어떤 직책을 지냈느냐만을 뜻하지 않는다. 어떤 현장에서 무엇을 경험했고,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 어떤 판단을 했으며,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직접판매 현장을 경험하며 업계의 생리와 문제점을 몸으로 익힌 경력 역시 이번 인선에서 충분히 평가받아야 할 자산이다.
차기 이사장은 취임하면서 업계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취임하는 순간부터 업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에는 업계의 현실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기업과 판매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잘못된 관행에는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일부의 이해관계를 업계 전체의 목소리로 착각하지 않을 균형감도 필요하다.
이번에는 ‘누가 올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와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몇몇 사람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중요한 자리를 정하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익숙했던 것은 아닐까. 사람 좋고 원만하면 적임자라고 여기고, 별 탈 없이 임기를 마치면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올 만한 사람이 오는 인사도, 몇몇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오는 인사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좋아야 좋은 것이다.
차기 이사장 선임에서는 그 당연한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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