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 초미세먼지에 뇌혈관 더 취약
<건강 생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원장 남재환)은 사람의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와 당뇨 환자 유래 혈관내피세포, 초미세먼지 노출 동물모델, 혈관성 치매 환자의 사후 뇌 조직 등을 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와 당뇨가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과정에서 공통적인 생물학적 경로가 관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9월 4일 밝혔다. 특히 당뇨 환자에게서 유래한 혈관내피세포에 초미세먼지를 추가로 노출했을 때 혈관 기능 이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산화스트레스 및 세포사멸 분야 국제학술지 ‘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 2026년 243권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미세먼지가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과정뿐 아니라 당뇨라는 만성질환이 이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들여다봤다.
당뇨와 초미세먼지의 ‘이중 부담’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고 출혈이 발생하는 등 혈관이 손상되면서 뇌 조직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이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기오염도 뇌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환경적 위험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직경 2.5㎛ 이하의 매우 작은 입자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당뇨라는 기존 위험요인에 초미세먼지 노출이 더해졌을 때 뇌혈관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세포와 동물, 사람의 조직을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뇌혈관 내피세포의 변화다. 혈관 내피세포는 혈관 안쪽을 구성하면서 혈액과 조직 사이의 물질 이동을 조절하는데, 특히 뇌에서는 ‘혈액-뇌장벽(BBB)’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혈액-뇌장벽은 혈액 속 유해물질이 뇌 조직으로 무분별하게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일종의 방어선이다.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 연구진은 BACE1과 GDF15라는 단백질이 증가하고 혈액-뇌장벽의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BACE1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이며, 이번 연구에서는 뇌혈관 내피세포 기능 변화와 관련된 역할이 제시됐다. GDF15는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가하는 단백질로, 생물학적 노화와 관련된 바이오마커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만 GDF15 하나만으로 노화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염증, 만성질환,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 등 여러 생리·병리적 상태를 함께 반영한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가 ‘BACE1-GDF15-EndMT’ 경로를 통해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저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EndMT는 혈관 내피세포가 정상적인 특성을 잃고 다른 형태의 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갖게 되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혈관벽을 유지하는 단백질이 감소하고 혈관 변성과 관련된 인자는 증가해 혈관 본연의 구조와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낮은 농도에도 반응한 당뇨 환자 혈관세포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당뇨 환자 유래 혈관내피세포의 변화다. 실험동물에 미세먼지를 노출한 결과 혈관장벽 유지에 관여하는 ZO-1과 occludin은 감소하고, 혈관의 변성과 관련된 α-SMA와 N-cadherin은 증가했다. 당뇨 환자에게서 얻은 혈관내피세포에서는 낮은 농도의 초미세먼지에 노출했을 때도 ZO-1이 감소하고 N-cadherin과 α-SMA가 증가하는 등 혈관내피 기능 이상이 관찰됐다.
당뇨모델 생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혈관내피세포 기능 이상과 함께 GDF15와 BACE1이 증가했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도 혈관 기능 이상과 GDF15 증가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당뇨가 있는 사람은 미세먼지로 인한 혈관 손상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국립보건연구원 고영호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미세먼지와 당뇨가 뇌혈관 내피세포의 BACE1-GDF15 경로를 통해 뇌혈관장벽 기능 이상에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향후 뇌혈관질환과 혈관성 치매의 예방·조기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O도 ‘대기오염’을 치매 위험요인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26년 발표한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 감소 가이드라인’ 제2판에서 실외·가정 내 대기오염 노출을 줄이는 것을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환경적 중재 방법으로 새롭게 권고했다.
WHO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PM2.5, 즉 초미세먼지다. 미세입자는 혈액 순환계로 흡수된 뒤 혈액-뇌장벽을 통과하거나 후각신경 경로를 통해 뇌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만성적인 신경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촉진되고, 장기적으로는 혈관 손상과 신경 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WHO 역시 대기오염 감소와 치매 위험 감소에 대한 현재의 권고를 ‘조건부 권고’, 근거 확실성을 ‘매우 낮음’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기오염이 뇌 건강과 관련된 위험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개별 사람에게서 치매를 일으키는 정도나 인과관계를 단순하게 설명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당뇨 환자에게 이번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기존에는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흡연 등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전통적 위험요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초미세먼지와 같은 생활환경까지 뇌혈관 건강 관리의 범위에 포함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 91만 명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5’에 따르면 2024년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약 99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5%를 차지했다. 같은 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는 약 91만 명이다. 2025년에는 약 96만 명, 2050년 223만 명, 2060년에는 233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 치매로 사망한 사람은 1만 4,978명이었으며 혈관성 치매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0.7명으로 집계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당뇨 등 기저질환자는 혈관 기능이 저하돼 있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뇌혈관 노화와 손상이 더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질 정보를 확인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야외활동을 조절하는 등 노출을 줄이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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