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민연금 추납, 문턱 높인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추후납부(추납)’ 제도를 둘러싼 외국인 제도 악용 논란에 정부가 보완책을 내놨다. 국내 가입 기간은 짧지만 일정 기간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납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뒤 한국을 떠나고, 이후 해외에서 국민연금을 받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지적되면서다.
정부는 외국인이 국민연금 제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실제 국내 거주 여부와 가입 이력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민연금 보험료 추납 요건을 강화하고 관련 서류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한편, 앞으로는 상호주의 원칙까지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8월 31일부터 외국인이 추납을 신청할 경우 국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민연금 가입과 반환일시금 지급 등에 적용하고 있는 상호주의를 추납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신청 서류를 하나 더 받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그동안 제도의 빈틈으로 지적돼 온 국내 거주기간의 판단 기준을 실제 생활 여부 중심으로 바꾸고, 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의 본국이 우리 국민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외국인의 정당한 국민연금 가입 권리는 보장하되, 실제 국내 거주와 무관하게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는 줄이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거주’에서 ‘실거주’로 기준 강화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추납 대상 기간을 판단하는 기준을 바꾼 데 있다. 기존에는 외국인의 국내 거주기간을 외국인등록 기간이나 체류자격 유지기간 등을 중심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외국인등록이나 체류자격이 유지된 기간과 실제로 국내에서 생활한 기간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추납 요건 가운데 하나인 국내 거주기간의 기준을 기존의 ‘외국인 등록 및 체류자격 유지기간’에서 ‘국내 실거주기간’으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제로 국내에 거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추납을 신청할 수 없게 된다.
심사 절차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추납을 신청하는 외국인 가입자는 혼인관계를 입증하는 서류 외에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자료를 토대로 신청자가 실제로 국내에 머문 기간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는 외국인등록상 국내 체류자격을 유지했다는 사실만으로 과거 기간 전체를 추납 대상 기간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앞으로는 등록 서류에 나타난 체류기간뿐 아니라 실제 출입국 기록을 통해 국내에서 생활했는지를 함께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관련 증빙서류 역시 보다 엄격하게 심사한다.
한 달 중 15일 이상 국내에 있어야 인정
실거주기간을 판단하는 기준도 구체화됐다. 정부는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을 기준으로 실제 국내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증명서상 입국일이 속한 달부터 출국일이 속한 달까지의 기간을 살펴보고, 한 달 가운데 국내 거주기간이 15일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 월을 실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특정 월에 잠시 입국했다가 며칠 만에 다시 출국했다면 해당 월은 추납을 위한 국내 거주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체류자격이나 외국인등록이 계속 유지되고 있더라도 실제 출입국 기록상 국내 거주 일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기간 역시 추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는 외국인의 국민연금 가입 이력과 실제 체류 이력을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제기된 ‘국내에 실제로 오래 거주하지 않았음에도 서류상 체류기간을 활용해 추납 기간을 인정받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대해 앞으로는 실제 국내에서 생활한 기간을 중심으로 자격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거주라는 개념을 단순한 행정상 등록 상태가 아니라 실제 체류 사실로 확인한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심사의 실질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추납을 신청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과거의 체류 이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출입국 기록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추납에도 ‘상호주의’ 적용 추진
정부는 실거주 확인 강화에 그치지 않고 법령 개정을 통해 외국인의 추납 제도에도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국민연금에서는 외국인의 가입과 반환일시금 지급 등에 상호주의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를 추납에도 확대해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추납을 인정하는 국가의 국민에 대해서만 우리나라에서도 추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의 본국이 자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민에게도 유사한 추납 기회를 인정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는 인정하지 않는 권리를 해당 국가 국민에게만 일방적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상호주의 적용은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지침 변경만으로 즉시 시행되는 내용은 아니다. 정부가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제도 도입 시점과 구체적인 적용 기준 등은 향후 법령 정비 과정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시행 중인 실거주 확인 강화와 앞으로 추진될 상호주의 적용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납은 원래 못 낸 보험료 메우는 제도
이번 논란을 이해하려면 추납 제도의 본래 목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추납은 가입자 가운데 휴직이나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이 있는 사람이 나중에 해당 기간의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1999년 도입됐으며 국민연금법 제92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62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추납 신청 사유로는 무소득 배우자 등의 적용 제외 기간과 실직·사업중단 등에 따른 납부예외 기간 등이 있다. 다만 적용 제외 기간의 경우 보험료를 최초로 납부한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만 추납이 가능하다. 단순히 과거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던 모든 기간을 나중에 선택해 납부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추납 대상 기간 역시 제한돼 있다. 현재는 10년 미만 범위에서 납부할 수 있으며 최장 119개월까지 가능하다. 과거에는 추납 기간에 제한이 없었지만 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기간을 제한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권을 얻기 위한 최소 가입기간이 10년이라는 점도 이러한 제도 운영과 맞물려 있다.
보험료는 추납 신청 당시의 기준소득월액에 납부기한일 보험료율과 추납 개월 수를 곱해 산정한다. 자료에 따르면 기준소득월액의 상한과 하한이 적용되며, 임의가입의 경우에는 별도의 상한 기준도 적용된다. 추납 신청은 연금 수급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할 수 있다. 결국 추납은 단순히 과거에 못 낸 보험료를 뒤늦게 정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금 수급권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개선과 함께 해외 수급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해외수급자의 생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조사 횟수를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하고, 국가 간 사망자료 교환 확대와 수급권 확인조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연금 수급 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양가족연금 등을 포함한 국민연금 제도 전반을 점검해 추가적인 빈틈을 보완하는 작업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