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마케팅업계의 ‘이중고’ 온라인 재판매
건기식 가격질서의 균열 下 - 통제할 수 없는 가격에 유통질서 흔들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에서 건강기능식품은 핵심적인 매출 품목이다. 회원 판매자는 회사가 정한 판매규정과 광고·표시 기준을 준수하면서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한다. 건강기능식품의 특성상 허위·과대광고에 해당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하고 제품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문제는 제품이 정식 판매망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회원이 회사에서 구입한 제품을 온라인 오픈마켓이나 SNS,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 다시 판매하면 회사가 구축한 판매관리 체계가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판매가격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판매자는 제품의 판매가격뿐 아니라 제품 설명, 상담, 고객관리 등 여러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온라인 재판매자는 이러한 비용 부담 없이 가격만 크게 낮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결국 정상 판매자에게는 가격경쟁이 아니라 생존경쟁이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식 유통망에서 규정을 지키며 판매하는 사업자와 수당을 따로 챙기고 온라인에서 가격만 낮춰 판매하는 사업자가 동일한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 무너지면 판매조직도 무너진다는 점이다. 특히 네트워크 마케팅은 제품 판매가 곧 회원 사업자의 소득과 연결된다. 일반적인 유통업체보다 온라인 재판매 가격 문제가 더 민감하다.
회원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면서 일정한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동일 제품이 온라인에서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면 회원의 판매활동은 어려워진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가격을 검색하는 순간 회사와 회원이 오랜 기간 구축한 브랜드 가치와 판매 네트워크가 가격 하나 때문에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 신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의 건강기능식품 거래가 대표적인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두 플랫폼에서 거래된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 판매액은 총 33억 58만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판매자는 9만 3,755명, 판매 게시물은 30만 12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 규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판매자도 1만 3,153명에 달했다.
위반 유형을 보면 의약품 판매 509건, 해외직구 제품 463건, 개봉 제품 거래 1,792건, 소비기한 위반 608건 등이 확인됐다. 표시사항 등 게시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기타’ 사례도 8,008건에 달했다.
무엇보다 건강기능식품은 직접 섭취하는 제품인 만큼 온라인 재판매가 단순한 가격경쟁을 넘어 소비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네트워크 마케팅회사는 가격보다 이 부분을 더욱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식 판매망을 벗어난 제품은 유통과정이나 보관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데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가 제품에 대한 신뢰 문제까지 떠안게 된다”며 “결국 정상적으로 사업하는 회원과 회사가 동시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네트워크 마케팅기업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면서 식약처의 표시·광고 관련 규정을 비롯한 다양한 법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제품의 기능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해야 한다. 사업자 역시 회사의 교육과 관리 아래 광고·홍보 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이 온라인 비공식 유통망으로 빠져나가면 동일한 수준의 관리가 쉽지 않다.
새로운 가격질서 필요할까?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이미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를 보면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유통채널이 다양해질수록 가격 비교는 더욱 쉬워지고, 제품의 이동경로 역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과거처럼 공급업체가 유통망의 모든 가격을 관리하는 방식도, 반대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비정상적인 재판매를 시장의 자연스러운 경쟁으로만 보는 방식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판매처의 가격 결정권은 보장하면서, 정식 유통망의 가치를 훼손하는 비정상 유통은 관리하고,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거래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처스팜 사건은 공급업체의 가격 통제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동시에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의 온라인 재판매 문제는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 시장에서도 또 다른 형태의 가격질서 붕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는 시장에서 어떻게 공정한 경쟁과 정상적인 유통질서를 함께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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