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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역 파고든 ‘코인 다단계’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6-09-17 14:34:34
  • 수정 시간 : 2026-09-17 14: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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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코인·고수익 미끼로 호텔·카페·공유오피스 곳곳서 투자모집

서울 강남구 선릉역과 테헤란로 일대에서 비상장 코인과 블록체인 사업을 앞세운 투자모집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소 상장과 가격 급등을 강조해 투자금을 받고
,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식 모집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피해액은
4,430억 원에 달했으며 유사수신·다단계 관련 검거 건수도 252건으로 집계됐다.

수년간 단속과 피해예방 경고가 이어졌지만
, 선릉역 주변에서는 사업명과 코인의 이름만 달라진 유사한 투자모집이 반복되고 있다.


사무실 넘어 호텔
·카페까지…선릉역에 모이는 투자조직
선릉역 일대가 비상장 코인을 판매하는 투자조직의 활동무대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올해
5월 선릉역 주변에서는 호텔 카페를 비롯해 일반 카페, 빌딩, 공유오피스 등에서 중·노년층을 대상으로 비상장 코인이나 블록체인 사업을 소개하는 투자설명회가 확인됐다.

일부 사례에서는 아직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코인이 향후 상장되면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홍보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소개한 사람에게 별도의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 정부기관이나 대기업과의 관계를 내세워 사업의 신뢰성을 높이려 한 사례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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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말에도 선릉역 인근에서 비상장 코인을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무실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이고 있다는 업계 증언이 나왔다.

선릉역과 테헤란로의 불법 금융다단계 문제는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 지난해 서울시는 이 일대에서 단기간 사무실을 임차해 정상적인 기업처럼 외형을 갖춘 뒤 은퇴자와 주부 등을 대상으로 고수익 투자를 권유하는 불법 금융다단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당시에는 이른바
‘깔세’ 형태로 사무실을 단기간 빌린 뒤 투자자를 모집하고 장소를 없애는 방식도 문제로 지목됐다.

최근 확인되는 투자 모집 장소 역시 고정된 사무실에 한정되지 않는다
. 호텔과 카페, 공유오피스 등이 설명회와 투자자 접촉 장소로 활용되면서 조직의 실체를 외관만으로 판단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선릉역이 자리한 테헤란로는 금융회사와
IT기업, 벤처기업 등이 밀집한 대표적인 업무지구다. 강남의 사무실이나 호텔에서 사업설명이 이뤄진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에게 업체의 규모와 신뢰성을 실제보다 높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
상장-고수익-소개수당’ 되풀이되는 공식
선릉역에서 확인되는 투자조직들의 회사명과 코인은 서로 다르지만,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에서는 공통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먼저 현재의 사업성과 객관적인 가치보다 미래의 거래소 상장을 강조한다
. 아직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비상장 코인의 경우 일반 투자자가 실제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용된다.

여기에 블록체인
, 해외 거래소, 글로벌 결제망 등 일반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사업내용을 결합하고 향후 코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준다.

다음 단계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모집구조가 만들어진다
. 기존 투자자가 가족이나 지인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수당이나 보상을 받으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모집자로 변한다. 새로 참여한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서 조직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실제 피해 규모도 작지 않다
.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피해자는
4,058명, 피해액은 4,430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사기 검거 건수가 3,105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사수신·다단계 관련 검거도 252건에 달했다.

과거 적발 사례에서도 동일한 방식은 반복됐다
. 지난 2022년에는 전국에서 3만 명 이상을 모집해 약 1,300억 원대 코인을 판매한 불법 다단계 조직이 적발됐다. 회원 모집실적에 따라 수당이 지급됐으며 일부 조직은 하위 회원이 수십 단계까지 이어졌다.

결국 사업의 이름은 달라져도 비상장 자산을 먼저 확보하게 하고
, 상장 이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 뒤, 새로운 사람을 소개할수록 보상을 받게 만드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처음부터 범죄조직의 모집책으로 들어가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자신도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사업을 신뢰하게 되고, 이후 가족이나 지인을 끌어들이면서 모집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투자 피해가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고 인간관계를 따라 확산되는 이유다.


코인에서 비상장주식까지
…상품만 바뀌는 ‘투자형 다단계’
불법 다단계식 투자모집은 이제 가상자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개한 사례에서는 다단계식 주식판매조직이 수년에 걸쳐 약
5,000억 원 상당의 비상장회사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조직은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확보한 뒤 전화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일반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위험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증권신고서는 한 차례도 제출되지 않았고 판매법인들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조치됐다. 그룹 대표 등에게는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돼 현재 상급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 등 금융회사나 전문 투자기관으로 오인하기 쉬운 명칭까지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였다.

코인과 비상장주식은 서로 다른 투자상품이지만 모집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 투자자가 현재의 가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자산을 내세우고 ‘상장 임박’과 큰 수익을 강조해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최근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나스닥 상장 임박’, ‘곧 큰 수익이 난다’는 식의 허위·과장된 투자권유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투자조직은 정상적인 다단계판매와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 합법적인 다단계판매는 실제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방문판매법에 따라 등록과 소비자피해보상 등 법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투자금 자체를 모집하고 새로운 참여자의 유입을 통해 조직을 확대하는 금융 피라미드는 사업의 본질부터 다르다.

그럼에도 불법 투자조직이 사람을 빠르게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다단계식 모집 방식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면서 정상적인 직접판매산업까지 부정적인 인식에 노출되고 있다.

선릉역 주변에서는 수년째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되고 있다
. 사업명도 바뀌고 투자대상도 달라지지만 ‘상장된다’, ‘큰돈을 벌 수 있다’, ‘사람을 소개하면 수당을 준다’는 방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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