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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투자금, 끝나지 않는 재판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6-09-17 14:34:37
  • 수정 시간 : 2026-09-17 14: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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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피라미드 범죄수익 환수 더뎌”…피해자단체 공금 횡령 논란

수백억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불법 피라미드 투자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실제 돌려받는 돈은 피해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범죄수익 환수를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도 이뤄졌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단체의 공금 사용을 둘러싼 횡령 혐의가 불거지거나
, 피해자들을 상대로 또 다른 위법 행위가 이뤄지는 등 이른바 ‘2차 피해’ 문제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장기간 재판에 참석하면서도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누적된다는 점이 2차 피해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투자금은 못 찾고 재판은 허송세월
약 484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코인 다단계 ‘XGP’ 사건 피해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
11형사부(재판장 양철한)는 9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모 씨, 김 모 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검찰 구형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거쳐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었지만, 검찰이 추가 진술증거를 제출하면서 일정이 다시 미뤄졌다.

▷ 의정부지방법원(ⓒ한국마케팅신문)


앞서
8월 27일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었으나 피고인 신문만 진행된 채 구형과 최후진술이 9월 15일로 연기된 바 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20일 열린다. 이날 증인신문 등이 마무리되면 검찰 구형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결심공판이 또다시 미뤄지자 피해자들은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 법원 관계자에게 항의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한 피해자는
“3년을 끌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며 “피해자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 재판이 이렇게 계속 미뤄져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검찰의 추가 증거 제출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렇게 중요한 증거라면 이전부터 제출해 증인신문까지 마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이번이 네 번째 법원 방문인데 아무것도 진행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피해자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XGP 사건’은 해외 핀테크 기업의 결제 코인을 내세워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사건으로, 주요 피고인들은 2023년 7월 구속기소됐다. 피해 규모는 약 484억 원에 달한다.


부패재산몰수법 개정됐지만
“실효성 없어”
정부는 대규모 사기범죄의 범죄수익 환수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개정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법은 보이스피싱
,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특정사기범죄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 범죄피해재산을 몰수·추징하도록 하고, 범죄 기간 중 취득한 재산 가운데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재산에 대해서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범죄피해재산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과거에는 범죄자가 범행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이라 하더라도 개별 범죄와의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몰수
·추징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수년이 지난 대규모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IDS
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MBI, KOK 등 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고문변호사는 “기존 사건들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고 대부분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기 사건”이라며 “사기 수사와 동시에 은닉된 범죄수익을 추적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가 뒤늦게 이뤄지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 이 변호사는 “검찰이 추징보전을 하더라도 이미 재산을 빼돌린 뒤인 경우가 많다”며 “결국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등을 통해 별도로 재산을 찾아야 하는 구조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수사인력과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 범죄수익을 찾는 것보다 수사 초기부터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금융 피라미드 사건의 경우 범죄수익이 여러 계좌를 거치거나 부동산
, 가상자산, 해외 계좌 등으로 이동하면 추적이 쉽지 않다. 결국 사기 혐의가 포착되는 초기 단계부터 자산을 추적하고 신속하게 동결하지 않는다면 뒤늦은 몰수·추징 제도만으로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요 사건의 피해액도 막대한데
, 금융피해자연대는 MBI 5조 원, KOK 4조 원, IDS홀딩스 약 1조 1,000억 원,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약 1조 원, ICC-FVP 1조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피해자단체 대표
, 공금 사용 놓고 공방
피해 회복이 더딘 사이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갈등과 문제가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 대표가 공금 사용 문제로 검찰에 송치되거나 피해자들을 상대로 보험영업에 나선 사례도 확인됐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지난
6월 29일 KOK 피해자 모임 대표를 맡았던 A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국마케팅신문이 입수한 송치결정서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들이 모은 공금 총 6,074만 9,164원을 임의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100여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민사소송 관련 변호인 선임비용, 후원금, 집회·시위 불참 비용 등을 받아 관리해왔다.

경찰은
A씨가 2024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피해자단체 공금을 용도를 알 수 없는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하고, 옥매트를 구입하거나 비회원에게 송금하는 등의 방식으로 임의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밖에도
A씨는 사기 피해자들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피해자연대에 따르면 A씨는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서, 당뇨 진단 시 최대 4,4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뇨 전단계라면 진단비(보험금)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이 있고, 보험금을 받은 후 음식 조절을 잘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A씨는 자신이 대표로서 돈을 관리한 것은 맞고, 현재까지 사용처를 완전히 소명하지 못한 금액도 일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경찰에 관련 자료와 영수증을 제출했지만 송치결정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소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현재 소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송치결정서에 적시된 옥매트 구매에 대해서는 “옥매트를 산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보험영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보험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단체 활동으로 본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주변에서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해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금융피해자연대는
“사기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사기의 가해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본인이 사기를 당한 것은 억울하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상대로 한 부정한 행위는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결국 횡령 혐의에 대한 판단은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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