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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피해자인가 또 다른 가해자인가?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6-09-17 14:35:33
  • 수정 시간 : 2026-09-17 14: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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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코인 다단계와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 주식 투자로 해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이 돈을 잃고, 피해 금액 역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사건이 반복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름과 사업 내용만 조금씩 달라질 뿐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곧 거래소에 상장될 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회사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몇 배, 몇십 배 오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다시는 잡을 수 없는 기회라고 강조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투자자를 소개하면 별도의 수당이나 소개비까지 지급합니다.

처음에는 약속한 돈도 정상적으로 들어옵니다. 이자나 수익금이라는 이름으로 일정 금액이 지급되고, 사람을 소개하면 소개수당도 나옵니다. 실제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의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뀝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급이 늦어집니다. 회사는 시스템 점검, 해외 송금 지연, 거래소 상장 일정 변경 등 갖가지 이유를 댑니다. 투자자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말을 믿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급은 중단되고, 투자금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잃는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상당수 투자자는 혼자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투자한 사업을 설명하고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합니다.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소개수당이나 추천수당을 지급하는 구조가 이러한 행동을 더욱 부추깁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피해자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처음 아무것도 모른 채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사람과 회사의 설명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까지 얻은 사람을 똑같은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물론 투자금을 잃었다면 그 역시 피해를 본 사람입니다. 자신이 믿었던 회사가 사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행위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사업의 실체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수익과 상장을 강조하며 지인에게 투자를 권하고, 그 과정에서 소개비나 수당을 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자신도 회사에 속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믿고 투자한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불법 투자조직의 가장 잔인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피해자를 이용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듭니다.

회사가 모든 투자자를 직접 모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투자자가 자신의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를 끌어들입니다. 오랜 인간관계에서 형성된 신뢰가 투자 권유의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생전 처음 보는 회사 관계자의 말은 의심하면서도 가족이나 오랜 친구가 권하면 경계심은 쉽게 낮아집니다.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가 회사에 대한 신뢰로 바뀝니다.

사건이 터지고 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은 회사와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하고 피해자단체를 만들어 시위에 나섭니다. 자신이 믿었던 회사의 문제점을 알리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합니다.

당연히 필요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의 피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신 역시 투자금을 잃은 피해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투자를 권유한 사람입니다.

특히 이전에도 유사한 투자사건을 경험했던 사람이 다시 비슷한 구조의 사업에 참여했다면 더욱 엄격한 질문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잘못된 판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누군가의 새로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순간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흐려집니다.

누군가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한 가지입니다. 나는 회사에 속았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는 누구를 속게 만들었는가입니다.

자신의 피해만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의 피해를 외면한다면 그것을 온전한 피해자의 모습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불법 투자조직의 책임은 이를 설계하고 운영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구조를 확대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들인 사람들의 책임까지 피해라는 이름 아래 가려져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자신이 만든 또 다른 피해까지 지워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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