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가 없다”…직판업계, 사업자 쟁탈전
신규 업체 가세에 기존 업체까지 리크루팅 경쟁

직접판매업계의 사업자 리크루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신규 업체가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는 가운데 기존 업체들 역시 조직 확대를 위해 사업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업계 내부에서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것보다 기존 사업자를 데려오는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도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에 따르면 국내 다단계판매업자는 112개로 전년보다 7개 증가했다. 반면 전체 매출액은 4조 5,141억 원으로 전년보다 0.51% 감소했다. 시장 매출의 약 77%가 상위 10개 사업자에 집중돼 있어 상위권과 중하위권 업체 간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수는 늘고 시장 규모는 정체되는 상황에서 결국 업체들이 눈을 돌리는 곳은 이미 시장을 경험한 기존 사업자들이다.
신규 사업자보다 검증된 사업자 선호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사업자 리크루팅의 양상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에는 새로운 인력을 발굴해 교육하고 조직을 육성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미 다른 직접판매업체에서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사업자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을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 높은 직급까지 승급했던 사업자들은 여러 업체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A사의 사업자들을 둘러싸고 업계의 영입 경쟁이 벌어진 바 있으며, 최근에는 B사, C사, D사 사업자들의 이동이 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B사의 경우 다단계판매로 사업 형태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 가운데 일부가 이탈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리크루팅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제도와 보상플랜의 변화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이 커졌고,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자들이 새로운 회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사의 경우에는 온라인 재판매와 가격 문제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업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부산·경남을 비롯해 전남,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 사업자 이동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D사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이후 실적 악화가 사업자 이탈로 이어지면서 리크루팅 시장의 또 다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사업자들의 활동 역시 위축됐고, 조직 규모가 축소되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회사의 성장기에 합류해 일정 규모의 조직을 구축했던 사업자들 가운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다른 회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사람만 데려오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
문제는 사업자 영입이 곧바로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회사에서 상당한 조직을 구축했거나 높은 직급까지 올라간 사업자라고 해서 새로운 회사에서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기존 회사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새로운 회사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특히 제품군의 차이는 사업자 이동 이후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건강기능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에서 활동했던 사업자가 화장품 중심의 회사로 이동할 경우 기존의 영업 방식과 고객층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화장품을 중심으로 조직을 성장시킨 사업자가 건강기능식품 중심의 회사로 옮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건강기능식품은 제품의 기능성과 섭취 목적, 고객의 건강 관심사 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화장품은 피부 고민이나 사용감, 브랜드 이미지, 트렌드 등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제품을 설명하는 방식부터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과거 회사에서 성공을 만들어냈던 조직 운영 방식이 제품과 시장 환경이 달라진 새로운 회사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큰 조직을 만들었던 사업자가 화장품 회사로 옮긴다고 해서 기존 조직이 그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며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도 중요하지만 결국 새로운 제품과 고객을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문판매·후원방문판매를 경험한 사업자가 다단계판매업체로 이동하면서 양쪽 사업 방식이 비슷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가 예상과 다른 현실에 부딪히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방문판매·후원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는 판매조직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후원수당 지급 구조와 조직 운영 방식 등에서는 차이가 있다. 과거의 경험만으로 새로운 회사의 사업 구조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방문판매 회사에서 성과를 낸 조직이 들어온다고 해서 부랴부랴 스킨케어 제품군을 론칭했는데 기대와 달리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다단계도 방문판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회사와 의견 충돌도 많고 재고만 쌓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다른 회사에서의 성공 경험은 새로운 회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렇다고 성공한 경험이 또 다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고민은 크다. 유명 사업자를 영입하면 단기간에 조직 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과거 실적이나 직급만을 앞세워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과거 다른 회사에서 성공했던 사업자들이 새로운 회사로 이동하면서 일정 수준의 선지급금이나 별도의 지원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거론된다. 사업자 확보가 절실한 회사와 자신의 조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업자 사이에서 일종의 조건부 협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회사를 새로 시작한다고 해서 사업자가 자연스럽게 모이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이미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를 누가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사업자 영입 경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의 이동만 반복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업계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회사마다 사업자가 이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소비자와 신규 사업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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