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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말은 거치면 거칠수록 변한다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10-01 15:35:07
  • 수정 시간 : 2026-10-01 15: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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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은 전달될수록 조금씩 변한다.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전하다 보면 없었던 내용이 붙기도 하고, 반대로 중요한 내용이 빠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더라’였던 말이 몇 사람을 거치면 ‘엄청 좋다고 하더라’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무조건 좋다’가 되어버리는 식이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말이 부풀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친구들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조금 부풀려지는 것과 제품에 관한 설명이 부풀려지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근 직접판매업계의 광고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제품에 사용된 특정 원료에 관한 연구 결과는 분명 ‘원료’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는데 어느 순간 ‘제품의 효능이 입증됐다’는 말로 바뀐다. 특정 조건에서 진행한 시험 결과도 마찬가지다. 판매현장을 몇 번 거치고 나면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설명되는 경우가 있다.

FDA도 비슷하다. ‘FDA 등록 시설에서 제조했다’는 말과 ‘FDA가 인증한 제품’이라는 말은 완전히 다르다. FDA에 시설이나 제품 관련 정보를 등록했다는 사실이 해당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FDA가 검증하고 보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FDA 등록’보다 ‘FDA 인증’이 훨씬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미국 FDA가 인정한 제품’이라는 설명까지 붙는 순간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처음과 완전히 달라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처음부터 거짓말이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FDA에 등록한 것도 사실일 수 있다. 해당 원료에 관한 논문이 있는 것도 사실일 수 있다. 누군가 제품을 먹거나 사용한 뒤 좋은 경험을 한 것도 사실일 수 있다. 그럼에도 광고는 과장될 수 있다. 사실 하나에 다른 의미를 붙이고, 그 의미를 다시 해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처음의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다단계판매업계는 이 문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유통기업은 회사가 제작한 광고를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다단계판매업계에서는 기업에서 나온 정보가 사업자와 리더를 거쳐 수많은 판매원에게 전달되고, 판매원은 다시 자신의 소비자에게 설명한다. 

최근에는 그 공간마저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람을 직접 만나 제품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카카오톡 등 각자의 SNS가 하나의 판매현장이 됐다. 회사가 만든 한 문장이 수천, 수만 개의 계정을 통해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문제가 되는 문구가 없다고 해서 광고 관리가 끝났다고 보기도 어려워졌다. 판매원이 자신의 SNS에서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작성한 콘텐츠 역시 내용에 따라 광고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광고 관리는 문제가 되는 문구를 지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현장에 전달되는 과정까지 관리하는 일이 된 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단어를 쓰면 안 된다’는 식의 금지어 관리만이 아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연구자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당 자료로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 판매원에게 전달될 때 의미가 확대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원료에 관한 연구’는 어디까지나 원료에 관한 연구일 수 있다. ‘FDA 등록’ 역시 등록 그 자체일 뿐이다. 소비자의 개인적인 경험도 다른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객관적인 효능은 아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품 하나를 더 판매하고 싶고,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보다 ‘효과가 있다’는 말이, ‘등록됐다’보다 ‘인증받았다’는 표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바로 그 작은 차이가 쌓이는 것이 문제다. 직접판매업계에서 과대광고를 줄이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것은 몇 장의 광고물이 아니라 어쩌면 ‘말이 전달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본사에서 시작된 하나의 정보가 교육장을 거쳐 판매원의 입으로, 다시 SNS를 통해 소비자에게 도착했을 때도 처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 말로 하면 쉬워 보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제품을 설명하는 직접판매업계에서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결국 직접판매에서 가장 오래 팔리는 것은 제품의 효능을 부풀린 말이 아니라, 소비자가 다시 믿을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른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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