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식품과 화장품에 갇힌 다단계
대한민국 다단계판매업계의 전체 매출 중 건강(기능)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50~55%,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건강식품의 절반 정도인 약 25~30%로 집계된다. 최고치를 기준으로 한다면 두 품목의 점유율은 무려 85%에 달한다. 전체 매출 약 4조 5,000억 원 중 약 3조 8,250억 원이 건강식품과 화장품의 매출인 셈이다.
5조 4,166억 원으로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22년 화장품책임판매업 등록 건수는 2,577건.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인 2025년에는 4,067건이 신규 등록됐다. 올해는 8월 31일 현재 2,950건이 등록돼 지난해의 70%를 넘긴 상태다. 이 수치가 모두 ‘신규’이므로 2022년부터 지금까지 등록된 업체를 모두 더하면 1만 6,416개 업체가 등록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다단계판매업 매출은 약 1조 원 가까이 빠졌으므로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건강식품은 화장품보다 훨씬 더 많은 업체가 신규로 등록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유통전문판매업이 연평균 400~600개, 건강기능식품일반판매업이 연간 2만~3만 개 업체가 진입하는 상황이다.
다단계판매업이 왜 불황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수치다. 이렇게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다단계판매원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게 되고, 판매원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직접 건강기능식품일반판매업자로 등록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파이’가 점점 작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아지는 파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있도록 후원수당 지급률 등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품목별 가격 상한을 풀거나 대폭 상향 조정해 다양한 품목들을 취급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장대와 식탁을 겨우 채우는 수준으로는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신규 건강식품과 화장품 업체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이제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4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업종으로 변화하지 않고는 다단계판매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 다단계판매 관련 법이 처음 시행됐던 1995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만 2,567달러, 품목당 상한선은 100만 원이었다. 1인당 연간 소득이 1,000만 원에 미치지 못했던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개별 상품 상한선 100만 원은 월 소득을 뛰어넘는 고가의 내구재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이 당시의 최고 사양의 텔레비전도 100만 원이었던 데 비해, 지금은 최하 1,500만 원에서 4억 2,000만 원에 이른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고 소비도 그에 비례해 상향 조정됐다.
결국 다단계판매업계에 가해지는 규제는 시대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소득과 소비 수준에 비례하는 유연성은 확보해야 ‘산업’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불합리하고 후진적인 업계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상위 업체는 상위 업체대로 지금 당장의 성과에 취해 있고, 공제조합 등 관련 단체도 업계로부터 얻는 역할과 권한에 비해 제도 개선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지금 이 시각에도 판매원들은 제 돈 써가며 전국을 누비면서 열정을 바치고 있지만, 언제 어느 때 이들의 열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식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업계’라는 괄호 안에 함께 묶여 있다면 판매원들의 그것에 준하는 열정으로 규제 타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언제까지 놀고먹을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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