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다가오는 췌장암 증상보다 ‘위험 신호’ 살펴야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췌장암은 ‘침묵의 암’으로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는 대표적인 암이다.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 막연한 복통처럼 흔한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췌장 자체가 위 뒤쪽 깊숙한 곳에 위치해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만으로는 전체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9~2023년 진단자를 기준으로 한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0%에 그친다.
특히 진단 당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환자가 43.3%에 달해 주요 암종 가운데 원격전이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뒤쪽 깊숙한 곳에 자리해 초기 발견 어려워
췌장은 위 뒤쪽, 우리 몸의 중심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길이 약 15cm의 가늘고 긴 장기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인슐린 등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함께 담당한다.
문제는 이러한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지기 전까지 일반적인 검사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복부 초음파검사는 췌장의 일부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췌장 두부나 미부처럼 주변 장기에 둘러싸인 부위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증상 역시 조기 발견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초기에는 소화불량이나 속 쓰림, 등 쪽으로 퍼지는 막연한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은 위염이나 소화불량 등 다른 흔한 질환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가 췌장질환을 의심하지 못하고 병원 방문을 미루기 쉽다.
특히 췌장은 몸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종양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종양이 커지면서 주변 신경이나 혈관을 침범하게 되면 상복부나 등 쪽 통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 단계에서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의 상당수가 진단 당시 이미 전이된 상태로 발견된다는 점은 조기 진단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따라서 단순히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평소 자신의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 감소, 황달, 지방변, 갑작스러운 당뇨도 신호
췌장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 가운데 하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기간에 체중이 감소하는 것이다. 식사량이나 운동량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 체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도 주의해야 한다. 췌장에 생긴 종양이 담도를 압박하면서 담즙의 흐름을 방해하면 황달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변 색이 진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 소화효소 분비가 감소하면 지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기름지고 냄새가 심한 지방변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갑작스러운 혈당 변화다. 가족력 등 특별한 위험요인이 없던 사람에게 당뇨가 새롭게 발생하거나, 기존에 당뇨를 잘 관리하던 사람이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건국대병원 천영국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족력이 없던 사람에게 당뇨가 갑자기 생기거나 기존 당뇨 조절이 급격하게 어려워지는 경우 췌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췌장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화불량이나 체중 변화, 혈당 이상 등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 증상이 지속되거나 여러 신호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일시적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원인 없이 체중이 빠지면서 소화기 증상이 지속되거나 황달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췌장암은 증상만으로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필요하다면 영상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치료는 수술 가능 여부가 출발점
췌장암이 의심되면 우선 복부 CT 등 영상검사를 통해 췌장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에서 췌장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거나 췌장암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복부 CT를 시행하고, CT에서 종괴가 의심될 경우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활용되는 대표적인 정밀검사가 내시경초음파(EUS)다. 내시경 끝에 초음파 장치를 부착해 위나 십이지장을 통해 췌장에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보다 췌장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1cm 미만의 작은 병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의심되는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해 암세포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담도가 막혀 황달이 발생한 경우에는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을 이용하기도 한다. 담도와 췌관의 폐쇄나 협착 부위를 확인하는 동시에 담도가 막혀 있는 환자에게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이 원활하게 배출되도록 할 수 있다.
췌장암으로 진단됐다고 해서 치료 방법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수술 가능 여부다. 종양이 췌장에 국한돼 있고 주변 주요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다면 수술적 절제를 우선 고려한다. 종양의 위치에 따라 췌장 머리 부분을 제거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이나 몸통·꼬리 부분을 제거하는 원위췌절제술 등이 시행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진단 당시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이 치료의 중심이 된다. 여러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화학요법이 표준 치료로 활용되며, 치료 과정에서 종양의 크기가 줄어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되면 이후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표적치료 등 개별화된 치료를 논의할 수도 있다.
담도 폐쇄로 황달이 심한 환자는 치료 순서도 중요하다. 황달이 심한 상태에서는 항암치료를 견디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ERCP를 이용해 담도 스텐트를 삽입하고 담즙 배출을 먼저 정상화한 뒤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췌장암 치료는 한 가지 방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병기와 종양 위치, 혈관 침범 여부, 전신 상태와 동반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소화기내과, 외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치료 방향과 순서를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가 중요한 이유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정기검진에는 췌장암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새로 발생한 당뇨와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상복부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검사 필요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흡연 역시 췌장암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제시되는 만큼 금연은 예방을 위해 중요한 생활습관이다.
췌장암은 증상이 나타난 뒤 서둘러 대응하기보다 평소 위험 신호를 알아두고 이상이 있을 때 적절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나 황달, 지방변, 설명하기 어려운 혈당 변화 등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소화기 이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진단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첫 단추인 만큼, 의심할 만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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