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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편일률 OEM으로는 성장한계 있다

  • 기사 입력 : 2023-09-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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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단계판매시장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건강식품이 초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20위권을 살펴보면 카리스와 도테라, 비아블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의 주력 매출군은 건강식품이었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건강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지출도 불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지점은 20위권 내 기업 중에서 국내에서 제조된 건강식품을 베이스로 하는 기업은 인큐텐이 거의 유일하고 나머지는 구색 갖추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상위권의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국내 제조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주력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국내 생산 제품과 글로벌 기업의 핵심 제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효능·효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 

가장 큰 문제는 건강식품 또한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니 각 회사마다 엇비슷한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레드오션을 만드는데 일조하면서 제조업체만 배불리는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근래에 들어 피엠인터내셔널이 비약적으로 성장하자 수많은 다단계판매업체들이 피엠인터내셔널의 그것과 비슷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 또한 동일한 제조사의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분말형태로 물에 타서 주스처럼 마시는 제품이 색깔만 다른 형태로 시장에 나옴으로써 오히려 원조격인 피엠인터내셔널의 제품만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이렇게 긴 사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올해 다단계판매시장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업계는 IMF나 외환위기 등 경제가 충격을 받고 불경기가 심화되던 시기에 오히려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실업인구를 흡수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심지어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도 성장하면서 경기역행 산업으로서의 명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이런 심상찮은 분위기는 판매원 수가 급감하기 시작한 2018년에 이미 예견된 일이다. 회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출이 성장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에 가깝다. 현재 영업 중인 다단계판매기업 중에서 회원 수 대비 매출액이 높은 곳이라면 회원 1인당 구매금액이 크다는 것이고, 이는 자칫 사재기 의혹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이것은 다단계판매 업계 전체에 대비해도 같은 말이 된다. 지속적으로 회원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회원들 중의 일부는 상당한 구매 부담을 지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다단계판매를 외면할 때는 분명히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제품의 품질이다. 화장품의 경우에는 K뷰티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다보니 중소 제조업체를 낀 후원방문판매업체들이 난립하는 바람에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건강식품의 경우에는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은 탓에 후원방문판매업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다단계판매업계로 본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소비자의 선택이 상위의 몇 몇 업체에 집중된다는 것은 제품의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물론 까다로운 관련 법규로 인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위탁 제조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소비자를 발굴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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