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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의 마음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재린 킴

  • 권영오 기자
  • 기사 입력 : 2023-10-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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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유라이프의 성공적 한국 진입 이끌어 ‘공로상’ 수상


뉴유라이프의 알렉시 골드스타인 회장은 지난 9월 27일 마카오에서 열린 글로벌 컨벤션 도중 눈물을 훔쳤다. 한국 시장 진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한 재린 킴의 스피치를 듣던 중이었다. 이날 재린 킴은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를 인용해 네트워크 마케팅과 뉴유라이프 사업에 임하는 자신의심경을 담담하게 밝혔다.  


토론토필하모니와 공연 직후 피아노 떠나
재린 킴은 라흐마니노프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다. 그래서인지 짧은 대화 중에도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처럼 여린 듯하지만 그 뒤에 숨은 열정 넘치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는 한동안 피아노 앞에 앉지 못했다. 굶어 죽는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 깔려 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총과 포탄이 상대의 목숨을 노리며 날아다니는 판에 과연 하루 10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 토론토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죽음에까지 마음을 쓰게 된 것은 그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탓도 없지 않다. 그 후로 삶에 대해서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고 죽음 또한 인생의 일부분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연주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토론토필하모니와의 공연을 마친 직후 그는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의 도문시로 날아갔다. 그곳의 직업학교에서 고아들을 케어하는 일에 매달렸다. 

당시 함께 일하던 선교사가 “당신은 돈 버는데 재주가 있다”며 그의 재능을 발견했고 재린 킴의 삶의 궤적은 연주자에서 사업가로 바뀌기 시작했다. 


뜻밖의 재능으로 <토론토스타>紙 1면 장식하기도
그의 첫 사업은 자동차 세일즈였다. 한 달에 700달러씩 내던 자동차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비교적 보험료가 저렴했던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승용차를 구매하러 갔다가 중국인 딜러에게 스카웃돼 일약 토론토의 언론 매체가 주목하는 세일즈 퀸에 올랐다. 

“마력(馬力)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영업을 시작했어요. 고객을 만났는데 ‘몇 마력이냐?’라고 물어 오길래 ‘마력이 뭐냐고 되물었는데 그 사람이 저의 첫 고객이 됐다”며 재린 킴은 웃는다. 

그가 세일즈 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한국계 이민자들이 신용이 없어 할부 구매가 불가능했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또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영사관이나 정관계 인사들과 맺어놓은 인맥을 활용해 이민자들이 봉착해 있던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낸 것도 주효했다. 

당시 <토론토스타>는 ‘77키(건반)에서 자동차 키까지’라는 멋진 제목을 달아 파격적으로 2페이지를 할애하면서 피아니스트에서 비즈니스우먼으로 변신한 재린 킴을 조명했다. 이 기사를 조선일보 등이 받아쓰면서 그는 일약 캐나다에서 유명인으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우울하던 시기 ‘소마덤젤’ 만나
그랬던 그가 돌연 26년이나 살던 토론토를 떠나 벤쿠버 아래의 빅토리아 섬으로 이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옮겨간 빅토리아에서 재린 킴은 경미한 우울증을 앓았다. 섬이라는 공간적 고립감과 투자실패에 따른 상심이 병이 됐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그 우울한 와중에 피아노 앞으로 다시 다가갔다. 빅토리아대학 석사 과정에 입학하면서 손을 놓은 지 17년 만에 다시 연주자의 삶으로 돌아간 것이다. 

“토론토스타와 인터뷰 당시 언젠가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물론 그때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진 후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실의에 빠진 채로 겨우겨우 피아노와 대화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 ‘소마덤젤’이 찾아왔다. “회장님을 만나보고 사업을 해보자고 결정했어요. 마침 뭐라도 하려던 시점에 주어진 괜찮은 제안이었고, 제품을 사용해보고 나서는 신뢰가 갔죠.” 일을 하려는 결심이 서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서자 온통 마음을 짓누르던 우울감이 걷히기 시작했다. 일을 하고 피아노를 치면서 원래의 재린 킴으로 되돌아올 수 있던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서 섬김을 받으려면 먼저 섬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살려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으려는 자는 살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절감하고 있죠.” 


쉽지 않은 행보…함께 가시밭길 건넌 사업자에 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유라이프의 행보는 결코 쉽지 않았다. 헤쳐나가야 할 여러 가지 난관들이 가득했다. 대체로 이와 같이 우여곡절을 겪은 회사일수록 회사와 사업자 사이의 결속은 더 강한 법이다. 함께 가시밭길을 건너온 사업자들은 부산 행사에서 그의 노고와 자신들의 분투에 대해 기립박수로 위로했다.

“눈물이 났어요. 내가 알아달라고 하지 않았어도 내가 걸어온 길을 알아준 사업자들이 너무 고마웠죠.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나 자신에 대해 깨닫는 게 네트워크 마케팅의 묘미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그가 네트워크 마케팅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낯선 나라에서 살면서 원활하지 않은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영어를 잘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가사도우미에게도,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심지어는 전과자에게까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너무 멋진 사업이에요.”

재린 킴은 2개월에 한 번씩 한국을 다녀간다. 그만한 세월이면 캐나다가 더 좋아질 법도 할 텐데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매료된다고. “옛날에는 캐나다가 더 좋았어요. 당시의 한국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공중도덕도 잘 지키고. 그렇지만 지금은 한국과 한국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빠릿빠릿하고 융통성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사업도 인생도 사랑으로
재린 킴은 비즈니스에서도 ‘사랑’을 강조한다. 상대방과 마음을 함께 해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마음으로 부드럽게 이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서도 목표와 집중이라는 비즈니스 본연의 덕목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무슨 일이든 집중이 필요해요. 집을 치우겠다는 것은 목표예요.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전화를 해요. 그럴 경우 대부분의 주부는 한두 시간 안에 청소를 마무리하죠. 엄두도 나지 않던 일이었지만 집중하면 단시간에 해치울 수 있다는 거죠.”

모든 노련한 사업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재린 킴도 비즈니스는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이곳저곳 옮겨 다녀서는 성공할 수가 없어요. 리더들이 가장 실수하기 쉬운 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리더들이 능력보다는 시기와 운이 맞아떨어져서 성공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요. 엄청난 착각이지요. 기회가 온 거지 자신이 기회를 만든 게 아니잖아요?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처럼 우리는 하늘에서 주는 걸 받을 뿐이니까요. 하늘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는 방법은 봉사와 기부예요. 성공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봉사와 기부가 생활화된 사람들이 많아요.”

봉사와 기부 그리고 저축
그는 학생시절부터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면 그 중의 약 50% 정도는 기부를 하고는 했다. “저 보고 돈복이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도 어쩌면 봉사와 기부를 위한 주머니 같은 건지도 몰라요.” 

재린 킴은 짬짬이 전 세계를 돌며 봉사활동을 해왔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중국, 북한,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등이 그곳이다. 지금도 제3세계 국가의 고아와 난민, 우간다 및 파키스탄 오지의 우물 파주기 활동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저축이다. “리더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저축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게 ‘네트워크 거지’라는 말이 있다는 거였어요. 지출 계획을 세워놔야 해요. 그리고 적금을 붓거나 그에 준하는 저축을 해야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어요. 아무리 네트워크 마케팅이 매력적인 사업이라고는 해도 영원히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어떤 사람들은 돈도 안 되는 피아노를 왜 하느냐고 묻는다. 예술이라는 게 좋기는 하지만 아무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돈도 안 되고 오히려 돈을 써야 하는 봉사활동을 왜 하느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공교롭게도 재린 킴의 꿈은 공적인 시간은 자원봉사로, 사적인 시간은 피아노 연주로 보내며 살다가 죽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좀 허무하다고도 생각할 법한 꿈이다. 

오는 11월 28일에는 빅토리아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고, 또 중남미 오픈까지 준비하면서 연주회를 연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피아노 앞에서 건반을 누르는 것만이 연주는 아니에요. 월남전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이 포로생활동안 골프 치는 상상만 하고도 탈출했을 때 실제로 훌륭한 스코어를 냈다는 이야기처럼 피아노도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요.”

빅토리아에서의 연주회가 끝나면 연말연시에는 서울에서 채러티 형식의 연주회를 한 번 더 가질 계획이다. 장소를 비롯한 세부 상황은 권태휘 지사장과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공연 수익금은 전액 미혼모 단체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멕시코·브라질 등 중남미 진출 위한 핵심 역할 맡아
뉴유라이프는 멕시코와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지역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로의 진출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한다. 이 중남미 오픈 작업에 재린 킴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네트워크 마케팅 강국인 대한민국 시장에 뉴유라이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소득에 집착하지 않고 파트너들을 후원하는 데 더 집중했다.  

“뉴유라이프는 분명히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해요.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고 유니크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서 중남미에서도 인정받을 거예요. 한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한 나라에 처음 들어가서 개척하는 일은 너무 멋진 작업이에요.”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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