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좀 들어갑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후원방문판매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다단계판매로의 전환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눈에 띈다. 화장품 시장에 일약 돌풍을 일으켰던 리만코리아가 그렇고 메타이십일글로벌, 파이진글로벌 등등이 가장 먼저 전환을 서두르는 모양이다.
한곳에다 몰아넣고 한꺼번에 관리하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보는 입장에서는 만원 버스 안에다 꾸역꾸역 승객을 더 태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직접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단계판매와 후원방문판매가 도긴개긴인 걸로 생각하기 쉽다. 후원수당을 2대까지 주느냐 3대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두 업종을 가르는 기준일 거라고 예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방문판매와 후원방문판매는 ‘판매’에 방점이 찍히는 반면 다단계판매는 ‘육성’과 ‘조직’에 방점이 찍히기 때문이다. 후원방문판매는 본인이 소개한 사람의 실적을 공유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다단계판매는 무한대로 뻗어가는 조직을 구축하고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단계판매업계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들을 리더라고 부른다.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지속과 결속에서 다단계판매는 방문판매와 후원방문판매를 압도한다.
규모 있는 방문판매업체들이 지속할 수 있는 요인 역시 알게 모르게 다단계판매방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결속력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원방문판매가 생겨난 기저에 숨은 논리가 바로 이것이다.
그렇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것이 판매가 됐든, 육성과 조직이 됐든 상관없이 ‘감시’와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전혀 이질적인 두 업종을 한 데 섞더라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후원방문판매업체의 대부분은 70~80%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반면 다단계판매의 경우에는 수당 지급률이 35%로 제한돼 있어서 회사가 다단계판매로 전환한다고 해서 회원까지 흔쾌히 따라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문판매와 후원방문판매, 다단계판매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안을 내놓을 수 없다면, 두가지 업종을 섞으려는 이유에 대한 답변 역시 궁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5조 원 매출의 다단계판매와 2조 원 매출의 후원방문판매가 합쳐지면 7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이다. 후원방문판매가 없었던 시절에도 다단계판매 시장의 규모는 지금과 엇비슷했다.
이들 기업이 회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35% 수당 상한선을 벗어난 모종의 약속을 해주는 수밖에는 없다. 100만 원어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8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과 35만 원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다단계판매업을 관장하는 공무원들 역시 다단계판매를 둘러싼 갖가지 규정이 비합리적이며,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공무원이기 때문에 무관심 하고, 책임질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뿐.
이제 다 낡은 고물 버스 안에 더 많은 사람들이 탑승할 것이다. 입구에서는 좀 들어가자고 아우성을 칠 것이고, 이미 자리를 잡은 승객들은 사람이 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사수할 것이다.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위태로운 만원 버스보다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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