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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달 ‘빵’, 황남빵 삼국지

속 터지는 코로나 어디로든 가보자<65>

  • (2023-02-02 16:33)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불국사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황남빵이다. 경주빵이라고도 불리는 황남빵은 1938년 일제 치하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불국사를 능가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황남빵을 처음 만든 사람은 최영화(1917~1995)로 그가 21세 때였다. 이제 몇 년만 더 지나면 100년을 채우는 황남빵은 경주시 황남동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전통음식 지위 획득
대한민국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빵들이 웬만하면 붕어빵 맛인 것과는 달리 황남빵은 독자적인 정체성을 굳건히 갖고 있다. 빵이라고는 하지만 빵이라기보다는 듬뿍 든 팥 소를 얇은 밀가루 반죽으로 막을 입힌 형태다.

일본의 만쥬를 본뜬 것으로 추정되며 경상북도 명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 놀라운 것은 경주시에서 공식적인 전통음식으로 인정했다는 것. 떡도 아니고 빵을 전통음식으로 인정한 데는 경주에 간 김에 황남빵을 구매할 뿐만아니라, 오리지널 황남빵을 맛보기 위해 경주를 찾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브랜드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황남빵이 지금은 개발자의 이름을 따 장남이 운영하는 최영화빵’,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황남빵’, 그리고 최영화의 제자가 운영하는 이상복경주빵이 각각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성업중이다.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의 본거지에서 황남빵은 다시 분열하여 황남빵 삼국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황남빵이 분열을 한 것은 스승 최영화로부터 인정받아 독립했던 이상복이 황남빵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하던 중 지금의
황남빵소유자인 최 씨의 둘째 아들이 상표등록을 하면서부터다. 애지중지 키워온 황남빵이라는 브랜드를 졸지에 사용할 수 없게 된 이 씨는 경주를 떠나 칼을 갈던 중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계기로 다시 입성했다. 그의 손에는 황남빵이 아닌 경주빵이라는 신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이 신무기는 재래식 황남빵을 누르고 전국을 석권하기에 이르렀다.


원조 전쟁의 상흔
황남빵’ ‘최영화빵’ ‘경주빵
그러나 황남빵과 경주빵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원조를 자처했으나 정작 진정한 혈통임을 보장하는 옥새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의외의 인물이 옥새를 들고 나타나면서 황남빵은 본격적인 삼국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 옥새의 주인공은 바로 최영화의 맏며느리였다. 그가 지닌 최영화인이라는 옥새가 정통을 보장해준 탓인지 지금의 패자(.)최영화빵이라는 것이 강호를 주유하며 빵을 탐하는 빵순이 빵돌이들의 주장이다.

웬만해서는 며느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비법의 전수자가 맏며느리로 낙착된 것은 일본식 의발전수(衣鉢傳授) , 스승이 지정한 사람이 정통후계자가 되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최영화는 일본인 스승에게서 황남빵의 원본 제조법을 배웠고, 그 비법 일체를 맏이에게로 내렸던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일본의 도자기 명인이 최초에 그 기술을 가르쳐준 심수관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여 계승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모든 분열이 그렇듯이 황남빵을 둘러싼 음모와 계략
, 배신과 협공의 드라마는 결국 길고 지루한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등 달콤한 빵을 둘러싼 쓰디쓴 드라마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재료 사용
짝퉁근접 불가
최영화의 수제자 이상복 또한 제자를 양성했고, 당시 몰려들었던 제자들이 다시 경주 시내 곳곳으로 흩어져 각자의 왕국을 세우면서 지금 경주는 황남빵에 관한 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모양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라의 달
경주빵이라는 브랜드를 생산하는 공장 중에는 원래 신라의 영토가 아닌 가야 땅 진주시에서 생산되기도 한다는 사실. 이뿐만 아니라 경주빵이라는 이름을 아무나 쓸 수 있게 되면서 온 동네빵집마다 경주빵인 듯 경주빵 아닌 경주빵 같은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황남빵 삼국지의 주인공들인 최영화빵’ ‘황남빵’ ‘이상복경주빵의 경우 엄선한 팥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보장하지만, 여타의 제품들은 황남빵류의 정체성이기도 한 팥에서 중국산 팥을 사용하는 등 불량률이 높은 편이다. 또 얇은 피가 생명인데 그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만쥬식 두툼한 피를 입히기도 한다.

지금은 택배 시스템이 발달한 덕분에 누구나 인터넷 주문을 통해 손쉽게 이들 황남빵류를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이 빵의 오리지널리티를 경험하자면 직접 매장을 방문해 갓 구워서 나온 빵을 먹어봐야 한다
. 입춘도 지났으니 유채꽃 피는 첨성대를 지나 따끈따끈한 빵 먹으러 경주로 가보자.

<
사진 : 게티이미지프로>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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