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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이어진 재팬라이프의 사기

희대의 사기꾼① 야마구치 다카요시

  • (2020-10-08 10:43)

고의로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범죄자를 우리는 ‘사기꾼’이라고 부른다. 사기꾼들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욕구를 교묘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단순히 똑똑하거나 경계심이 많다고 해서 물리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고대에서부터 상품의 질을 속여서 저질 상품을 고품질 상품인 것처럼 속여 파는 등의 행위가 있었지만, 근대에 들어 자본주의가 고도화되자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는 교묘한 사기꾼이 많이 생겨났다. 숨소리만 빼고 다 거짓말을 일삼았던 희대의 사기꾼은 누가 있을까?


드디어 구속된 야마구치 다카요시
지난 9월 17일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바로 아베 신조 전 총리로부터 국가행사 초대장을 받았다며 고령층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돈을 가로챈 재팬라이프의 야마구치 다카요시 전 회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피해총액은 약 2,000억 엔(한화 약 2조 2,000억 원)에 달해, 일본에서 비슷한 사기 수법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 야마구치 다카요시 재팬라이프 전 회장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7일 건강기구 판매회사 재팬라이프의 야마구치 다카요시 전 회장 등 회사 관계자 10여 명이 경시청에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1942년 군마현 이세사키시에서 출생한 야마구치 다카요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후지중공업에 취직했다. 2년간 근무하고 퇴사한 그는 ‘제커 체인’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제커는 피라미드라는 비판이 높아졌고 결국 그는 1975년 중의원 물가문제 등에 관한 특별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초치되었다. 이후 제커 체인은 행정처분을 받고 1976년 은행 거래가 정지되면서 도산했다. 야마구치는 같은 해 사기죄로 고소당해 1976년 3월 9일 도쿄지방검찰청이 이를 수리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1년 이상 수사가 착수되지도 않았다.


과대광고 및 불법 피라미드의 온상, 재팬라이프
야마구치는 제커 체인이 도산하기 이전 1975년 재팬라이프를 설립해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때부터 동향의 정관계 후원회에 직간접적 후원을 하면서 회사는 조금씩 성장했다. 1980년 8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던 재팬라이프는 1983년 450억 엔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1982년 국세청의 조사로 6억 엔의 소득을 탈루한 사실이 발각되어 1983년 사장에서 이사로 물러나고 경찰 관료를 후임 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건강산업정치연맹을 설립해 연 1~2억 엔 이상을 여야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

하지만 도쿄국세국에 의한 고발로 1984년 기소되어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회장직을 사임했다가 2007년 딸 히로미가 사장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회장으로 재취임했다.
▷ 재팬라이프 본사

재팬라이프는 조끼나 목걸이에 자석을 넣고 ‘자기치료제’라고 이름을 붙인 뒤, 제품을 사면 렌탈 수입으로 연간 6%의 배당을 지급하겠다고 해 비싸게는 수천만 원에 팔았다. 그러나 믿고 산 기기에는 효능이 없었다. 일본 ANN에 따르면 야마구치 다카요시 전 회장은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있다’, ‘뇌경색을 예방한다’고 고객을 속여 치료기기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ANN은 재팬라이프가 선전한 효능은 야마구치가 독단적으로 덧붙였다는 사실이 전 간부를 통해 드러났다고 전했다.

회사가 고액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고객과 계약한 것이 속속 드러나 소비자청이 네 차례나 업무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그때마다 규제를 피해 영업을 계속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에 결국 자금 융통이 막혀 은행 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2018년 결국 파산했다. 피해자는 고령층이 많으며 전재산에 해당하는 1억 엔(11억 원)을 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의 항의와 반환 요구가 잇따르자 야마구치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각 지점에 배포했다. 이번에 같이 체포된 마쓰시타 마사키 전 이사는 “환불을 막아낸 직원에게는 수당이 지급됐다”고 증언했다.
▷ 재팬라이프에서 판매한 환자용 침대


홍콩에서도 피해자 다수 양산
재팬라이프의 사기에 당한 건 일본만이 아니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홍콩에서도 2,000여 명의 피해자가 생겼다. 재팬라이프의 홍콩 법인은 2,000명 이상의 사업자가 등록되어 있었으며, 이들의 피해 추정액은 약 2억 홍콩 달러(한화 약 300억 원)에 달했다.

홍콩에서의 사기 수법도 일본과 동일했다. 정가 17만 5,000홍콩 달러(약 2,627만 원)인 조끼의 월 렌털 요금은 875홍콩 달러(13만 원)였다. 고객들은 기기를 산 뒤 높은 배당금을 꿈꿨으나 2017년 이후 홍콩 지점에서는 ‘배당이 안 나온다’는 고객들의 문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 간부들은 이미 홍콩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고객들은 손해를 입는 동안 경영진은 돈을 제 주머니에 계속 넣었다. 구속된 야마구치 회장과 가족은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까지 월 300만 엔(3,300만 원)~350만 엔의 보수를 꼬박꼬박 챙겼다. 일본 경시청은 재팬라이프의 간부가 경영 악화를 뻔히 알면서도 고액의 보수를 계속 받고 있었다고 보고, 방만한 경영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벚꽃 모임 활용해 정계와의 관계 과시
피해자 변호인단은 재팬라이프가 고객들에게 야마구치 전 회장이 아베 전 총리로부터 2015년 국가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벚꽃회) 초대장을 받았다며 이를 인쇄해 세미나에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벚꽃회는 아베 전 총리의 재임 시절 괴롭혔던 일련의 스캔들과 관련된 국가행사다.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이 행사에 아베 전 총리와 부인 유키에 여사가 지역구 관계자를 초대하는 등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변호인단은 피해자 중에는 벚꽃회 초대장을 보고 재팬라이프를 믿게 된 사람도 있었다면서, 정부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변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야마구치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1대1 형태로는 만난 적이 없으며, 개인적인 관계는 일절 없다”고 말했다.

야당 측이 벚꽃회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가운데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모임에 대한 명단이 보관되어 있지 않고 초대자 추천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답변을 삼가고 있다. 다시 조사해도 확실한 건 말할 수 없다”고 말해 정계와의 관계가 어디까지 밝혀질 지는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한국에서도 문제됐던 재팬라이프
재팬라이프는 한국의 다단계판매 역사와도 함께했다. 1988년 2월 국내 시장에 들어온 재팬라이프는 당시 많은 사람들을 유인해 감금·대출·강매·합숙시키면서 환상을 주입했다. 30만 원 정도의 제품을 200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하고 상위 직급자에서 하위 직급자로 판매할 제품을 할당하는 등의 방식으로 짧은 기간에 상당한 매출을 올렸지만 그만큼 사회적 부작용도 컸다.
▷ 한국에서 판매됐던 재팬라이프 자석요

대학생은 물론 일반 가정주부, 공무원 등이 사업자로 또 투자자로 재팬라이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나앉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살까지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양산됐다. 피라미드식 판매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어 정부가 개입하자 재팬라이프는 이후 사명을 바꿔가며 영업을 해오다 2004년 결국 부도처리됐다. 이후 2010년 재차 국내 시장에 들어왔지만 과거 만큼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고 2016년 8월 다시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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