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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 한 그릇과 뿔난 도둑놈

  • (2013-10-28 00:00)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던 아주 오랜 옛날에 미행을 다니던 임금이 어느 산골짜기 마을에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밤은 이슥해졌는데 어느 집 앞에 가니까 구수한 메밀묵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메밀묵 한 그릇 얻어먹읍시다!”
 “안으로 드시지요”
 텁석부리 농사꾼은 손님을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더니 김이 무럭무럭 나는 메밀묵을 가져왔습니다. 빨리 먹고싶어서 숟가락을 드니까 “손님, 좀 참으세요. 먼저 드실 사람이 있으니까”하며 병석에 누워있는 어머니한테 메밀묵을 드린 후 손님에게 드시라고 했습니다. 메밀묵 한 사발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니 또 한 그릇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임금은 내리 세 그릇을 먹으니 양이 찼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배가 고프지 않아 안 먹는다며 윗목에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임금이 가만히 보니 남아있는 메밀묵이 없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든 임금이 계속 사죄를 하니 “그러지 마세요. 좋은 음식이 생기면 어머니가 먼저고 그 다음이 손님이에요. 무식하긴 해도 그쯤은 아니까요”하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임금은 농사꾼의 마음 씀씀이에 탄복을 하며 의형제를 맺자고 했습니다. 나이 먹은 임금은 형이 되고 농사꾼은 동생이 되었습니다.
 임금은 그 집을 나서면서 “언제든지 서울에 오거든 우리 집에 들리라”고 했습니다. 임금은 자기 집이 ‘서울에서 가장 큰 집’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해 가을 농사꾼은 서울 갈 일이 생겨 서울 형님이 좋아하는 메밀묵을 쑤어서 짊어지고 서울에서 가장 큰 집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큰집인 대궐 문 앞에서 지게를 지고 온 촌 농사꾼을 들여보낼 문지기는 없었습니다. 형님을 찾아왔다는 소동이 마침 임금에게까지 알려져 시골 동생은 형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골집에서 살던 농사꾼의 눈에 형님의 집은 너무나 컸고 하인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보였습니다. 한참 후 형님을 만났더니 형님은 누런 옷을 입고 관을 쓰고 앉아 있고 좌우에는 신하들이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메밀묵을 내려놓고 좌우를 둘레둘레 살펴보던 농사꾼은 “형님 댁에는 웬 뿔난 도둑놈이 이렇게나 많소!”하니까 임금이 무슨 소린지 몰라 뿔난 도둑놈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고을에는 저렇게 머리에 뿔난 사또가 있는데 순 도둑놈이라…”
 “뿔난 도둑놈이라. 듣고 보니 다 내 잘못일세! 뿔난 도둑놈은 다 내가 만들어 놨거든”
 “하하 형님은 농담도 잘 하시네”
 농사꾼은 제 형님이 임금이란 걸 모르고 대궐에서 잘 놀다가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하직하기 전에 임금이 농사꾼더러 “자네가 자네 고을 뿔난 도둑놈 대신에 원 자리를 맡으면 잘 하겠는가”하자 “그야 해봐야 알지요” 하고 대답하니 “자네 글을 모르고서도 원을 하겠나”하며 물었습니다. 
 “형님도 참. 고을 원이 어디 글로 백성을 다스리는 줄 아세요. 도둑질만 안 하면 되지. 우리 집 강아지를 시켜도 뿔난 도둑놈보다는 나을게요”
 임금이 무릎을 탁 치고 그 날로 고을 원을 농사꾼으로 갈아치웠습니다. 농사꾼은 그 뒤로 소문난 명관이 되었는데 죽을 때까지 제 형이 임금이라는 걸 몰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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