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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베스트셀러 약, 아스피린 (2018-11-23)

이번 주도 지난주에 이어 약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평소 잘 안다고 느꼈던 약의 역사와 개발과정 등에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접하면서 흥미를 느껴 여러 번에 걸쳐 내용을 공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역사상 베스트셀러 약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바로 아스피린입니다. 아스피린 제조사인 바이엘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스피린 생산량은 연간 5만 통에 달하고, 5,000mg 알약 기준으로 1,000억 알 분량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 조그만 알약을 일직선으로 늘어놓으면 100만 km 이상이라 지구에서 달까지 한 번 반을 왕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스피린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약이지만, 특히 미국인들의 아스피린 사랑은 매우 각별합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아스피린의 1/3 가양이 미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죠. 아기부터 노인까지 전 국민이 연간 100알 가까이 아스피린을 먹는 셈이라고 하니 선뜻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입니다.

1899년에 출시된 이후 아스피린은 줄곧 바이엘을 먹여 살린 효자 상품의 지위를 지켜왔습니다. 한 세기 사이에 의학과 과학, 생물학은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진보했으며 전 세계 제약기업에서 신약이 끝없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스피린은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약국 진열대에서 변함없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19세기부터 기본적인 부분이 바뀌지 않은 채 꾸준히 팔리는 공업제품은 아스피린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스피린 성분의 근원이 버드나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버드나무 껍질과 이파리에 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의사이자 약리학자였던 그리스의 디오스코리데스는 ‘버드나무 잎과 나무껍질을 잘게 빻아 와인과 후추와 함께 먹으면 심한 복통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또, 이쑤시개는 충치로 생기는 치통을 방지하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를 씹었던 데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1819년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졌고, 이 물질에도 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습니다. 사실 버드나무에 들어 있는 살리실산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탁월한 효능을 발휘ㅎ하지만 살리실산에는 의약품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살리실산을 경구로 먹으면 환부의 통증이 완화되고 염증이 가라앉는 대신 극심한 위통을 일으켰습니다. 때문에 바이엘은 당시 29세였던 연구원 펠릭스 호프만에게 이 부작용을 경감시킬 방안을 찾아내라는 임부를 부여합니다.

호프만은 살리실산 구조를 요리조리 변환해 부작용이 약한 궂를 찾으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는 연구 목적으로 살리실산의 산성 성분의 바탕이 되는 하이드록시기에 카복실기라는 원자단을 결합했습니다. 그는 살리실산의 강한 산성이 위통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성분을 중화하는 카복실기를 추가했습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접근법이지만 우연히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합성된 아세틸살리실산은 소염진통작용을 유지하면서 멋지게 부작용을 완화했습니다. 이것이 1897년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호프만이 개량한 신약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상부에서 무시당했고, 한동안 연구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묵혀졌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살리실산이 심장에 좋지 않다는 설을 상부가 맹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2년 후 아세틸살리실산에는 진행 명령이 내려졌고 바이엘은 이 약에 아세틸의 ‘아’와 스필산(살리실산의 별명)을 합쳐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을 붙여 1899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1900년에는 일본에도 상륙해 의학의 본고장 독일에서 건너온 최신 약품으로 소개되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게 됐죠.

유럽에서도 아스피린은 인기를 독차지 했습니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달래주는 건 아스피린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창작의 동반자로 삼기도 했습니다. 아지만 아스피린에도 가슴 아픈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고향 독일에서 특허 취득에 실패하며 쓰라린 경험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률의 차이로 미국에서는 특허 취득에 성공했고, 바이엘은 1903년 미국에 새 공장을 건설해 미국이라는 거대시장 진출을 꾀하게 됩니다.

1920년대 미국은 경제 번영을 구가하며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와 금주법 실행, 세계공황 등 대중을 엄청난 스트레스에 내몰던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두통과 위통을 줄여준다는 아스피린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힘입어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에 끼인 이 시대를 후대 역사가들은 ‘아스피린 에이지’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하나의 약 이름이 한 시대를 상징하는 문구가 되었던 사례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아스피린. 정말 대단한 ‘약’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김선호 기자ezang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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