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목요일 오후> 불안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

  • (2021-05-06 17:02)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우려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백신 이기주의라고 불릴 정도의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국민들도 과연 백신을 ‘믿어야 한다’, ‘못 믿겠다’ 여러가지 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경기연구원이 지난 4월 1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실태 조사한 결과,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순서가 되면 바로 백신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이 48.0%인데 반해 백신의 안정성이 신뢰될 때까지 접종을 미루거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52.0%였습니다.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해 부작용으로 인해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65.6%로, 안전하다는 응답 34.5%와 약 2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백신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가 코로나 백신을 승인하려고 시도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불신하고 있으며, 라틴계, 흑인의 경우 14%만이 안전하다고 한 정도로 특히 유색인종의 백신 불신은 더욱 심각합니다. 유럽의 경우 약 40%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일본도 31%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코로나19 백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짧은 임상시험을 거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코로나19 백신은 역대 최고로 빨리 개발된 백신입니다. 이전까지 가장 빨리 개발된 에볼라 백신도 생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의 임상시험 기간을 거치고 제품이 나왔습니다.

개발 기간이 짧은만큼 부작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이전에 백신 개발이 오래 걸린 이유는 단계별 임상 시험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었기 때문입니다. 임상을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제약사들은 보통 임상을 완벽히 끝마치고 생산을 준비하는데, 코로나19의 경우 전세계적 팬데믹 상황이라 제약사들이 아예 생산 준비를 마치고 임상을 진행해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됐습니다. 특히 임상 3상의 경우 임상 참가자 확보가 관건인데 코로나19의 경우 미국, 유럽, 중국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임상 참가자 확보에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진 바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백신의 유효성, 안전성, 부작용 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감염병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의 등장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이와 관련된 가짜뉴스들이 빠르게 퍼지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사람들의 공포감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 이후 일부 언론과 유튜버들은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있어 가짜뉴스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합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선동은 제대로 짚어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분명하게 다릅니다. 나만 알아서 좋은 정보를 특히 생명과 직결된 정보를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릴만큼 인간은 이타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보를 통제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백신 접종 가짜뉴스를 통한 음모론은 국민의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감염병을 종식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코로나19 종식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먼은 ‘유동하는 공포’에서 “공포가 가장 무서울 때는 그것이 불분명할 때, 위치가 불확정할 때, 형태가 불확실할 때, 포착이 불가능할 때, 이리저리 유동하며, 종적도 원인도 불가해할 때다”라고 말합니다. 불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은 불안을 먹고 자랍니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합리적인 수준의 문제제기가 아닌 불안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