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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4차 산업혁명에 맞서는 ‘호밀밭의 파수꾼’ (2021-08-11)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정치를 제외한 사회 경제 문화 등 세상의 모든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것이 오롯한 발전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바타가 등장한 것만 해도 엄청난 이슈였던 때를 생각해본다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제 사회는 급속도로 가상세계와 연결되고 인간의 일을 AI에 맡김으로써 과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겼던 노동이라는 것, 그 노동의 가치라는 것이 언제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기성세대에게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그리고 가상자산이라는 것의 개념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용케 이해했다고 해도 그저 임의로 만들어낸 공간에서 게임이나 하는 게 고작인 줄 알았는데,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이 그 말도 안 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신차 시승회를 가졌다니 엄청난 문화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는 출석을 인증하고 받은 게임 머니를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게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을 현금화하는 일은 과거 리니지 시대부터 있었으나 이제는 청소년 및 유소년이 접속하는 게임 사이트에서도 게임머니라는 명목으로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다단계판매업계에서도 속속 메타버스에 탑승하고 있고, 화장품이나 건강식품의 이력 관리를 블록체인화해 관리하려는 업체도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거나, 또 다른 전염병이 유행하게 된다면 다단계판매라는 유통행위 자체가 메타버스 안으로 이동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가상세계에서 농장을 구입하고, 호텔을 구입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시대에 건강식품과 화장품이 주력으로 설계된 다단계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며 현실이기도 하다.

자 그렇다면 과연 공정거래위원회나 공제조합은 가상현실 속에서 다단계판매라는 유통행위가 이루어질 때 어떠한 방식으로 태클을 걸 수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는 이미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시대에 개발도상국 시절에 만들어진 법률과 규정으로 과연 가상세계에서 가상화폐를 주고받으며 제4차산업혁명 시대의 한가운데를 유영하는 그들을 관리하고 감독하고 처벌할 수 있을 것인가? 끝내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 눌러앉아 탁상공론에 열중하는 그들이 농경시대 호밀밭을 지키던 낫으로 위협하고 협박한다고 해서 시대를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전국 시대를 살았던 노자는 당시에 이미 법이 강력할수록 범법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갈파했다. 일거수일투족 사사건건 백성들의 일에 개입하다 보면 당연히 범법자는 늘고, 사회가 교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백성들의 원망만 사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규제나 법률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의 반경에 안에 놓인 사람들로부터 암묵적이나마 동의를 받아야 한다. 왜 수당이 35%를 넘으면 안 되는지, 왜 부업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지, 왜 다단계판매와 후원방문판매, 방문판매는 각각 차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왜 굳이 구분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항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악법이다. 그 구태의연한 조항들로 가상세계와 대적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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