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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푸른 눈동자, ‘바이칼’ 품은 이르쿠츠크

어디로든 가보자 <77>

  • (2023-05-25 18:49)
 

러시아는 물리적인 거리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멀리 떨어진 곳이다. 한국 전쟁의 치명적인 기억이 여전하고 지금도 적대적인 감정이 앙금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러시아의 아름다움은 한국인들의 마음속으로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르쿠츠크는 동서 방향으로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교통 노선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러시아 국내 여행이나 인접 국가로의 이동에 편리한 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를 방문하면 특별한 자연을 경험하는 게 가능하다. 호수 주변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하이킹, 등산, 보트 타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이르쿠츠크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오래된 담수 호수인 바이칼 호수와 약 60km 정도 떨어져 있다. 리스트반캬의 바이칼 호수는 그 푸르름으로 인하여 ‘지구의 눈동자’라는 이름을 얻었을 만큼 푸른 물로 유명하다. 

바이칼 호수에서의 하룻밤

바이칼 호수 근처에는 호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멋진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편안한 객실, 레스토랑, 스파 등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삶을 재충전하기에 안성맞춤.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들이나 자연 공원 주변에는 게스트하우스나 펜션도 많다. 이러한 숙소들은 가정적인 분위기와 개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연과 조용한 환경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반면 캠핑장은 좀 더 자연 가까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캠핑장에는 텐트를 칠 수 있고, 카라반을 설치할 수 있어서 우리에게 남은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를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다. 텐트 안에서 바라보는 바이칼호는 도무지 호수 같지 않아 당혹스럽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넉넉한 것 같은 숙박 시설도 시기에 따라 100% 만실이 빚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미리 예약을 해야 노숙을 피할 수 있다. 
 

황야에서의 숙박이 부담스럽다면 호수 주변으로 가볍게 소풍을 나서도 좋다. 주변의 공원이나 휴식 공간에서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여 식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신토불이…바이칼食

뭐니뭐니 해도 여행은 먹는 맛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특히 바이칼호까지 왔다면 적어도 이 세상에서 가장 넓고 가장 깊은 호수에서 잡은 송사리 한 마리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이르쿠츠크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성업 중이다. 이르쿠츠크 지역의 전통 요리부터 대중화된 세계 각지의 요리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바이칼 호수 근처에는 호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그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며 즐긴다는 것은 멋진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세련된 대형 레스토랑도 나쁘지 않지만 바이칼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들에 자리 잡은 현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은 여행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이르쿠츠크 지역 특산물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역의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문화와 식사 스타일을 경험해보자.
 

트라우트: 바이칼 호수에서 잡히는 오므스크 트라우트는 이 지역에서 즐겨 먹는 물고기다. 신선한 트라우트는 그 자체로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조리된 요리로 즐기기도 한다. 그릴에 구운 트라우트는 특히 맛있는 선택. 

피카타: 바이칼 호수에서 잡히는 민물고기의 살을 사용한 피카타는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요리다. 바이칼호에서 잡은 생선 살은 부드럽고 특히 신선도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주로 팬에서 구워내어 고소한 향과 함께 즐긴다. 

스멜트(Smelt)튀김: 스멜트는 빙어의 일종으로 작고 얇은 물고기로, 바이칼 호수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물고기 중 하나다. 스멜트를 가벼운 빵가루와 함께 튀겨낸 후 레몬과 소스와 함께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지만 바삭하고 맛있는 스멜트 튀김은 여행자는 물론이고 현지인들도 즐기는 최고의 메뉴.
 

러시아식 물고기 수프: 바이칼 호수에서 잡힌 물고기로 만든 러시아식 수프도 많이 즐겨먹는 요리다. 신선한 물고기를 사용하여 만들며, 다양한 야채와 함께 조리되어 풍부한 맛을 즐기 수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어죽’ 쯤 된다. 
 

이외에도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 철도의 중요한 교차로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시베리아 철도 박물관과 함께 러시아의 철도 발전과 관련된 유명한 건축물과 기념물도 산재해 있다. 
 

이르쿠츠크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로서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에 좋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유서 깊은 건축물, 동상, 공원 등을 즐겨보는 것도 여행자의 빼놓을 수 없는 권리 중 하나.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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