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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다시 생각해보는 언론의 역할

  • (2023-06-15 17:54)
기자들 사이에서 언론의 풍토가 반저널리즘적 행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언론이 상당한 자유를 향유하게 되면서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정확성보다는 자극성과 신속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언론의 정론직필이라는 신념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언론은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뜻한다. 대표적으로는 신문과 잡지, TV, 라디오 등이 있고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뉴스 채널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매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이들 간의 경쟁구도가 형성됐는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오로지 대중들의 ‘클릭 수’를 유도하는 뉴스를 공장에서 찍어내는 수준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이러한 뉴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가짜 언론’, ‘기레기’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 종편채널에서는 약 20년 전, 모 업체와 관련해 발생한 사건을 다루는 방송을 송출했다. 그러면서 이 업체로 인해 특정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당시의 언론보도를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당시의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정정보도를 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 확인 없이 재탕하는 식으로 방송을 구성한 셈이다. 이외에도 담당 변호사와 혼인신고를 했다든지, 내연녀가 있었다든지 등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보전달보다는 조롱에 가까웠고, “그랬다더라, 했다더라” 등 풍문을 여과없이 언급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어떠한 사건이나 소식을 사실에 맞지 않게 알려주는 것을 가짜뉴스, 즉 ‘오보’라고 한다. 오보는 기자의 역량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나, 정보원·취재대상의 잘못된 정보전달, 언론의 구조적 특성 등 원인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요즘의 경우 대중들의 관심이 곧 수익이 되기 때문에 오보가 의도적으로 발생하고 있단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게 바로 유튜브다. 특정인이 사망했다는 가짜 뉴스는 이제 진부한 수준이고, 초미의 관심사인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특히 정사(情事)에 관한 가짜 뉴스 때문에 연예계는 상당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코로나19 당시에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세간에 일파만파 퍼지기도 했다. 공업용 알코올인 메탄올을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다소 위험한 정보가 SNS 등에서 확산됐고, 이란에서는 실제로 이를 믿고 메탄올을 마셨다가 5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고추대를 달여 먹으면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각 지역의 한약방은 고추대를 들여놓기에 바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빠르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술적 근거가 없다”고 했고, 방역당국까지 나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경계할 것”을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오보는 비단 현재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자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대표적인 오보는 ‘지미의 세계’다. 지난 1981년 워싱턴포스트의 재닛 쿡이라는 기자는 ‘지미의 세계’라는 르포 기사를 게재해 기자들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받기까지 한다. “지미는 올해 여덟 살이고 3대째 헤로인 중독자이다.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흑인 소년의 마르고 아기처럼 부드러운 팔에는 바늘자국이 주근깨처럼 남아 있다.” 재닛 쿡이 쓴 기사는 마약에 중독된 8살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고,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기사는 사실이 아닌 완전한 조작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고, 퓰리처상을 받은 이튿날 재닛 쿡은 상을 반납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최고의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워싱턴포스트는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언론은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이면서, 사회·경제·정치에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존의 정보를 재생산하는 오락적 기능의 언론이 만연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언론을 믿지 않을 것이다. 언론중재법에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신장하여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여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권리나 공중도덕 또는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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