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목요일 오후> 우리는 왜 저출산·고령화를 체감하지 못할까?

  • (2023-07-28 09:40)

얼마 전 식약처에서 ‘2022년 위생용품 생산실적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려고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전체 일회용 기저귀의 2022년 공급량은 전년 대비 8.5% 감소했는데, 이 중 어린이용 기저귀가 약 5만 8,432톤으로 전년(6만 8,996톤) 대비 15.3% 감소했다고 합니다. 반면 성인용 기저귀가 차지하는 비중은 64.7%로 어린이용 기저귀에 비해 약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전체 일회용 기저귀 공급량 중 성인용 기저귀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린이용 기저귀 비중을 역전한 것입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작성했던 것 같은데 어린이용 기저귀보다 성인용 기저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다는 자료를 보면서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저출산·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국가 소멸 위기’라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부산을 떠는 것과 달리 대부분 국민은 저출산·고령화가 위기라는 사실을 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어찌 보면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에 정치권과 국민 정서가 괴리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국민에게 저출산·고령화 위기는 당장 체감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 자신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가 되돌리기 어려운 시점에 닥쳐서야 “아 큰일 났구나”라고 느낄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20세기말 수많은 과학자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기후가 변화할 것이라고 떠들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간 것과 비슷합니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 한파, 폭우 등을 경험한 지금에 와서야 “진짜 문제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여기에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상황도 이런 문제를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겪었던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생산인구 부족으로 인한 노동인구 공백 ▲내수시장 위축 ▲노인 부양비용 증가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선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인구가 줄어들자 기업들은 고용에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물론 생산직이나 일용직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고 아우성치지만, 노동시장의 중심인 2030세대는 근무시간이나 임금 등의 근무환경이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일자리는 절대 선호하지 않습니다. 내수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라 반 토막이 나지 않는 이상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노인 부양비용의 증가는 출산율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연금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사실 고령화는 건강에 대한 개인의 관심과 삶의 질, 건강보험 등 의료서비스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이 증가했기 때문에 이후 연금 문제만 해결된다면 긍정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미래 세대와 직결된 만큼 국민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저출산에 대해서도 대부분이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할까요? 

현재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 1990년대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이때까지도 저출산 세대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경제활동의 중추로 활동하고 있는 4050세대들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저출산이 어쩌고 미래가 어쩌고 해봐야 현재 우리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중장년과 노년 세대는 이해를 못하겠지만 낮은 결혼율과 저출산은 젊은 세대에게는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하물며 새도 둥지가 없으면 알을 낳지 않습니다. 미친듯한 집값 상승으로 인해 출산과 양육의 기본 조건인 보금자리 마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난 20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수많은 정책이 쏟아졌지만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과 괴리되면 목표를 이룰 수 없습니다. 다시 정권이 바뀌어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부분은 5060세대가 차지할 것입니다. 

이들은 집값 상승과 출산율 저하를 체감하지 못한 세대입니다. 저출산 관련 정책을 집행하고 주도하는 각 부처 고위 공무원들도 50대 이상입니다. 철밥통이니 또다시 젊은 세대가 체감할 수 없는 정책에 세금을 써댈 겁니다. 

우리 국민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진짜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때문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저출산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