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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너나 잘하세요

  • (2023-11-02 18:17)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고 사용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우리는 마케팅이라 부릅니다. 마케팅은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즉, 광고와 홍보는 유형의 제품에 무형의 이미지나 신뢰성, 가치 등을 부여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수많은 시간과 자본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해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다면 그 제품은 생명력을 잃게 마련입니다.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쉽게 제품화할 수 있는 고시형 원료도, 새로운 원료를 발굴해 수많은 시험 끝에 개별인정형으로 인정을 받아도 결국, 소비자에게 제대로 홍보나 광고를 하지 못한다면 마케팅은 출발부터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담당자들은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어떻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밤잠을 설친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은 “건강기능식품이니 어디에 좋다”라고 홍보하면 되는데 왜 그런걸로 고민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담당자들은 제품 만드는 것보다 홍보가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법에서 표시·광고에 관한 조항이 엄청나게 깐깐하기 때문입니다. 건강기능식품법 표시광고법 제8조에서는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의 금지로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식품 등의 명칭·제조방법·성분 등에 대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명시된 내용을 실제 적용하면 기준이 모호할 뿐더러 적용 기준도 너무 넓습니다. 특히,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라는 문구는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습니다. 한마디로 좋은 걸 좋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손쉽게 제품화할 수 있는 고시형 원료도 매번 표시·광고 허용 기준이 달라져 담당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합니다. 

그런데 최근 국정감사에서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담당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을 만한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를 심의하는 정부 기관 산하 기구 위원들의 회의 불참률이 절반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식약처에 등록된 표시·광고 자율심의기구는 건강기능식품협회, 식품산업협회 2곳입니다. 건강기능식품협회가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광고에 대한 자율심의를, 식품산업협회가 특수용도식품과 기능성 표시 일반 식품의 표시·광고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건강기능식품협회 자율심의위원회의 최근 5년간 위원별 불참 횟수를 분석해보니, 2022년을 제외하고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광고에 대한 전문적인 법률해석을 다루는 법률전문 위원이 전체 불참 위원 중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13명·50%)과 2021년(7명·63%)에는 전체 불참 위원 중 절반 이상이 법률전문 위원이었습니다. 식품산업협회 자율심의위도 법률전문 위원의 불참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연도별 총 불참 건수 중 2020년(9명)과 2021년(7명)은 법률전문 위원의 불참률이 60~70%로 매우 높았습니다. 더구나 대면 참석이 어려울 경우 서면심의가 가능함에도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표시·광고에 대한 전문적인 법률해석을 다루는 법률전문 위원은 유권해석이 필요한 심의 건에 대해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그동안 심의에 제대로 출석도 하지 않고 서면으로나마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신제품 출시 때마다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를 담당하는 심의 위원들은 제대로 참석도 하지 않는다면 과연 담당자들은 이들이 지적하는 내용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 허용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도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명과 직결되지 않고 비효율적인 부분까지 굳이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규제를 도입하면서 항상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인용합니다. 그러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런 사례를 들먹이지 않습니다. 과연 선진국에서는 규제를 심의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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