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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권 안전장치 마련? 공제조합 규제부터 풀어야

  • (2023-12-14 16:51)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은행과 소비자피해보상 계약을 맺은 업체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할 모양이다. 말은 안전장치라고 하지만 공제조합에 준하는 규제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짐작된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발표한 ‘특수거래분야 채무지급보증계약 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도 제목부터가 수상쩍다. ‘개선’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은행과 계약한 업체들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다단계판매업체가 은행과 채무지급보증계약을 맺을 경우 은행이 실시간으로 매출 파악이 어렵다’,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이 보장하는 보장 한도를 소비자 보호에 충분할 정도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학자들의 사고방식조차 20세기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닌지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2022년 4월 등록한 ‘우리커머스’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4개 사가 은행을 통해 지급보증계약을 맺었지만 이렇다 할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는 없다. 반면 공제조합과 계약했던 시크릿다이렉트코리아는 여행상품을 끼워 판 후 여행 일자를 미루는 수법으로 수많은 회원들에게 20여 억 원(추산)이 넘는 피해를 입혔지만 단 한 건도 반품 및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건과 관련해 직접판매공제조합은 반품기한을 넘겼다면서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이것은 실시간으로 매출을 파악하는 것과 소비자피해보상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또한 공제조합의 설립 목적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건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 입장을 내놓지도 못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제조합의 직무태만이나 태업은 묵인하고 은행권 업체에 대해서만 안전장치를 강조한 의도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어쩌다 공제조합이라는 기괴한 단체가 급조되면서 각각의 업체들의 모든 매출과 각종 기업 정책에까지 개입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엄밀하게 따져보자면 다단계판매업계에서의 공제조합 제도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활동의 자유 및 개인정보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과 은행이 기업의 매출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몰상식은 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또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이력을 공공기관도 아닌 사설 단체가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야만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지금은 규제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자율과 창의가 필요한 때다.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다단계판매를 활성화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이렇다 할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서민들이 생계를 의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다단계판매업계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진정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가 있다. 

대기업을 위해서는 후원방문판매라는 개구멍을 뚫어주고서 군소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다단계판매업계는 옥죄려 하는 저급한 발상이 국민의 생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소비자 피해 보상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조합이나 은행이나 별반 다름없는 수준이라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몇 안되는 은행권 업체에 대한 선제적 규제보다는 터무니없는 방문판매법에다 공제규정까지 더해 기업의 숨통을 막고 있는 공제조합을 쇄신과 개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로 경제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다. 부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복된 자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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