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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정부는 왜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에 집착하나?

  • (2024-02-16 08:10)

지난 1월 16일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건강기능식품의 대규모 영업이 아닌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약처에 권고했습니다. 사실상 당근,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개인끼리 사고 팔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얘기입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건강기능식품 구매 경험률은 82.6%로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은 연 1회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과거 건강을 위한 ‘선택재’에서 생활에 필요한 ‘소비재’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생일, 명절 등에 선물로도 많이 주고받다 보니 개인이 소비기한 내에 소비할 수 없는 제품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려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에서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려는 경우 영업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식약처는 그동안 개인 간 재판매 역시 신고가 필요한 ‘영업’에 해당한다고 해석해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규제심판부는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을 때, 현행 관련 규정을 개인 소규모 재판매 금지로 해석하기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신고하지 않은 개인 간 재판매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무거운 수준의 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민 권익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상온 보관과 유통을 할 수 있고 소비기한도 1~3년으로 재판매가 가능한 일반 식품보다 길게 설정되고 있어, 안전·위해 우려도 크지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도 들고 나왔습니다. 이미 미국, 일본, EU 등 해외 주요국도 모두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재판매 허용이 무리한 추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안전성’입니다. 규제심판부가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렇게 되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국민의 ‘안전’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됩니다. 개인 간 재판매가 허용될 경우 멀쩡한 제품이라도 잘못된 보관방법이나 유통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름 성분인 오메가3의 경우 상온에 오래 노출되면 소비기한이 충분히 남아있어도 산패 등으로 인해 품질관리와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법적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 간의 건강기능식품 재판매가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금지돼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법 6조 2항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려는 사람은 일정 시설을 갖추고 영업소 소재지를 담당하는 지자체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 간 재판매가 허용되면 기존의 건강기능식품법과 완전히 대치됩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규제심판부는 개선 권고의 세부 내용으로 ▲식품안전과 유통질서가 보장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올해 1분기 내 건강기능식품의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는 합리적 대안 마련 ▲유사·해외 사례, 특성 등을 고려하여 거래횟수, 금액 등 세부 허용 기준을 결정 ▲개인 간 재판매 허용 기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무신고 영업 등 일탈 행위를 감시·차단하는 방안 마련 ▲1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시행결과를 분석하고 추가로 국민 의견을 수렴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대광고, 불법 제품 유통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고 단속·제재를 지속 추진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개선 권고 내용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우선 올해 1분기 내 건강기능식품의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라는데, 법률 일부를 개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개인 간 재판매 허용 기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무신고 영업 등 일탈 행위를 감시·차단하는 방안 마련은 이미 말 자체가 모순입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려는 경우 영업 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기존의 법을 뒤집어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면서 무신고 영업 등 일탈 행위를 감시·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되지 않습니다. 

규제위원회는 국민 권익 침해를 앞세웠지만, 여론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 홈페이지에서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재판매 규제개선’ 관련 온라인 공개 토론이 진행됐을 때 제시된 의견 1,155건 가운데 반대가 1,093건으로 찬성 62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재판매를 추진한다면 우선 이렇게 판매된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피해를 보상해줄 명확한 책임 소재가 먼저 마련돼야 합니다. 

국민 권익 침해가 정부의 주장처럼 단순히 개인이 자신에게 불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것에 국한되어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국민 권익 침해가 됩니다. 안전성을 볼모로 추진하는 규제 완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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