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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항생제 내성균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 (2024-03-07 18:38)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뀐 19세기에도 전 세계 평균수명은 약 40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평균수명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이유는 바로 영유아 사망률과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사망 원인 1~3위를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노인 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의 사망 원인 1위는 바로 폐렴이었다. 이전에는 세균으로 인한 감염병 발생이 전 세계 인류에게는 재앙이었다. 천연두, 콜레라, 폐렴 등이 발생하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의 끝까지 살다 간 사람이 드물었다. 이런 감염병의 공포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수명을 엄청나게 늘게 해준 일등공신이 바로 ‘항생제’다. 항생제는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항균작용을 통해 인체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치료한다. 이로 인해 인간의 평균수명은 드라마틱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 100여 년 동안 사용된 수많은 항생제로 인해 내성을 갖춘 세균이 증가하며 이제는 인류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퍼박테리아의 출현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상 세균 중 일부에서 돌연변이(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항생제 효과가 없어진다. 결국, 항생제 투약 시 항생제에 민감한 균은 죽고,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일부 균들이 살아남아 증식을 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면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줄어든다.

최근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나타난 것이 바로 ‘다제내성균’이다.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다. 보통 이런 세균을 없애기 위해서는 훨씬 더 강력한 항생제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불가능한 다제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2016년 영국의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약 7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험 중 하나로 경고하고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으로 여길만큼 시급한 보건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CRE 내성균 증가 추세
OECD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의 70%는 의료 환경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 환자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CRE는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우리나라 CRE 감염 환자 수는 ▲2018년 1만 1,954명 ▲2019년 1만 5,369명 ▲2020년 1만 8,113명 ▲2021년 2만 3,311명 ▲2022년 3만 548명 ▲3만 8,155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985년 다국적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카바페넴’은 여러 가지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에 흔히 쓰이는 아주 효과적인 항생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이기도 하다. 페니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과 비슷하게 카바페넴은 베타-락탐 계열 항생제의 일종으로,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들은 페니실린 결합 단백질에 결합하여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카바페넴은 대부분 세팔로스포린이나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와 비교했을 때 더 광범위한 세균에 대항할 수 있다. 또한, 카바페넴은 일반적으로 다른 베타-락탐 계열 항생제와 비교했을 때 항생제 내성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CRE는 정상인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세균이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중환자들에게는 폐렴, 패혈증으로 발전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이 세균에 감염돼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균혈증으로 숨진 환자는 518명에 달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윤영경 교수는 “국내에서는 1980년대 개발된 카바페넴 항생제를 지금도 사용하며 내성균과 끊임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며 “CRE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어 의료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축산물 항생제 관리도 중요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항생제 오남용의 책임을 의료현장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실생활에서 먹는 음식에도 이미 많은 항생제가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기와 생선이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 특히 부모들은 항생제 오남용이 동네 병의원에서 처방을 남용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가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쓰지 말라 권고하고 항생제 다빈도 의원을 공개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축수산물에 항생제가 더 많이 사용되고 이는 관리조차 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축산농가에서는 페니실린계, 페니콜계, 테트라싸이클린계,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 중 제3, 제4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플로르퀴놀론계, 콜리스틴은 사람의 심각한 질병 치료에도 사용되는 중요 항생제이므로 축산농가에서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축산농가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축산물생산량 반영 항생제 사용량(mg/PCU)은 우리나라는 188인 반면, 일본은 78, 덴마크는 28에 불과하다. 

이미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축산물 섭취로 인한 항생제 내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가 지난해 자사 프리미엄 축산물 마켓 ‘굴리점퍼’ 이용자 3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항생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 문제가 축산물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질문에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73.8%로 대다수 소비자의 축산물 선택 기준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항생제 인증 여부가 축산물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는 62%로 그 이유로는 ‘식품안전성이 확보된 축산물로 신뢰가 가서’라는 응답이 39.4%로 가장 많았다. ‘맛과 품질(신선도)이 더 좋아서’라는 응답은 23.9%로 그 뒤를 이었다. 일반 축산물보다 가격이 비싸도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도 6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균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원헬스(One Health)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헬스란 사람, 동식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모든 분야가 건강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한다는 개념이다.

이에 이동건 교수는 “사람은 아플 때 항생제를 주지만 동물은 아프지 말라고 항생제를 사용한다. 이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가축이 사망하고 축산업 종사자들은 금전적 손해를 본다”며 “이제 항생제 내성균 증가를 단순히 의사의 오남용으로 치부하지 말고 국가 정책으로 시행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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