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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의 다단계

  • (2024-03-21 15:52)

아직 1분기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무려 5개 업체가 다단계판매를 포기했다. 다단계 간판을 내린 업체 중에는 줄곧 불법과 합법, 진실과 거짓 사이를 오가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온 기업도 없지 않지만 방문판매법과 공제규정 등을 착실하게 준수해온 업체도 포함돼 더욱 걱정스럽다.

간판을 내린 업체들의 표면적인 이유는 영업 부진이다. 이것은 경영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토양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는 최저임금법이라는 게 있어서 2024년 현재 한 시간을 노동했을 때 9,860원 이하의 임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다단계판매원에게는 회사 전체 매출의 35% 이상의 수당을 지급할 수 없도록 해 최저임금법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법의 취지대로라면 35% 이하로 수당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제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지 않은가?

이런 터무니없는 규정으로 인해 거의 모든 업체들이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게 현실이다. 해외업체 위주로 형성된 상위권 기업들의 경우 실제 후원수당 지급률보다 높여서 35% 근방에 맞추고, 소규모 한국 기업들은 실제 지급률보다 낮춰서 35% 이하로 지급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법률이 불·탈법을 조장한다면 과연 이 법은 법으로서 가치가 있는가?

또 다단계판매업체를 제외한 유통업체의 경우 최대 15일이 넘어가면 반품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다단계판매업체들은 구매한 지 3개월이 된 제품까지 반품과 환불을 해줘야 한다. 이 조항이야말로 차별과 불평등을 획책하는 증오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통계로 잡히지는 않지만 다단계판매업 종사자들이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이다. 700만 명을 웃도는 판매원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과 친인척, 이웃들이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도록 하면서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사전 봉쇄하거나 늦춤에 따라 늘 위험선상에서 간당거리는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단계판매업이 탄생함으로써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다. 지금까지 그 어떤 정부도 이 업계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적은 없지만 다단계판매원을 고용으로 포함하면서 실업률을 상쇄하는 데에 이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그 옛날 주홍글씨에만 멈춰 있다.

각종 지표와 역할만 놓고 본다면 다단계판매업은 비상식적인 규제대상이 아니라 활성화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이다. 인공지능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이제 사람들이 일할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웬만한 식당에는 서빙 로봇이 종업원을 대신하고 있고, 심지어는 조리 로봇까지 등장했다. 또 키오스크가 활성화되면서 외식업계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굴러가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얼마나 건강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것은 비단 대한민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과연 다단계판매업 이외에 어떤 일이 건강문제와 실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지 정부 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다단계판매기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업체에서 일했던 많은 판매원들의 삶이 사라지는 것이며, 그들이 피와 땀으로 쌓아왔던 시간들까지 졸지에 무효화되는 일이다. 그저 손 놓고 지켜볼 것이 아니라 기업과 단체가 힘을 모아 난국을 타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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