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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 산맥의 낙원 훈자(Hunza)

어디로든 가보자 <107>

  • (2024-03-29 10:58)
 
여행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훈자를 꿈꿀 것이다. 훈자는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수촌이기도 하다. 훈자밸리 혹은 훈자계곡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이곳은 해발 6,0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세계적인 장수 마을
파키스탄령(領) 카슈미르인 길기트 발티스탄에 속한 지역으로 훈자는 주도(主都)이다.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분쟁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고산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기후는 비교적 온화하고 건조하여 인간이 가장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한다. 가파른 경사지를 이용한 계단식 경작지에서 감자·밀·옥수수·야채·살구·사과·체리 등을 재배한다. 특히 훈자의 살구는 아주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부루쇼족으로 그들의 전통 언어인 부루샤스키어를 사용한다. 주로 이슬람교 시아파의 분파인 이스마일파를 믿으며 세계적인 장수 마을로 최근까지도 100세가 넘는 주민들이 많았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외지로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장수 신화에는 금이 가는 중이다. 훈자는 카슈미르 지역 중에서도 치안이 좋은 편이라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다투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암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그 이유는 바로 훈자의 전통 식단이라고 한다. 장수비결을 연구하던 학자들이 영국식 식단, 인도식 식단, 훈자식 식단 세 가지를 실험했는데 오직 훈자식 식단에서만 암이나 염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훈자 식단의 주식은 짜파티다. 그 외에 훈자에서 난 살구, 사과, 오디를 즐겨 먹으며, 호두 등의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즐겨 먹는다. 또 끼니마다 마늘, 양배추, 무도 빠지지 않으며 짜이 차도 수시로 마신다. 여타의 이슬람 국가와는 달리 살구나 오디로 담근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렇다고 채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고기, 양고기, 버터, 라씨 등도 빠트릴 수 없는 식단이다. 



여행자 사로잡는 따뜻한 환대
파키스탄 길기트 발티스탄의 카라코람 산맥 중심부에 자리잡은 훈자 계곡은 눈 덮인 봉우리, 빙하 호수, 우뚝 솟은 절벽 등 장엄하고 드라마틱한 풍경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6,000m 급 봉우리들에서 쏟아져 내린 빙하수가 훈자강을 이루며 굽이쳐 흘러가고, 훈자강에 비친 만년설로 덮인 봉우리들은 여행자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이슬람 전통이 묻어나는 따뜻한 환대다. 훈자 사람들은 친절하고 관대한 시선으로 이방인을 맞아주므로 훈자를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열렬한 훈자주의자가 된다.

어느 곳에서나 봄날은 아름답지만 고산준령으로 둘러싸인 훈자의 봄은 세상 그 어느 곳의 봄날보다 더 반갑고찬란하게 도래한다. 눈 덮인 바위산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훈자의 벚꽃은 반가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설산을 배경으로 피는 벚꽃을 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진가들도 적지 않다. 

이슬람이나 무슬림, 그리고 파키스탄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어딘지 모르게 두렵기도 하고 여행자를 위축되게도 하지만 훈자의 낮은 범죄율과 고요한 분위기를 알게 된다면 그 누구라도 앞다투어 훈자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벚꽃과 살구꽃이 지천으로 피어난 과수원을 거닐며 훈자 녹차를 마시다 보면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아예 이주를 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훈자는 왁자지껄 즐기고 머물다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자연의 품 속에,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깃들어 영혼을 정화하는 성소 같다. 

눈 덮인 봉우리를 넘어온 아침 햇살이 살구꽃을 비추면 한 올 한 올의 햇살마다 깃든 향기가 풍겨 나온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풀들을 밟으며 지나온 모든 시간들을 리셋하고, 다가올 시간들은 결코 과거와 같이 살지 않겠다는 다짐도 훈자에 머무는 동안에는 유효하다. 

바위산에 바짝 붙어 자리 잡은 훈자하우스의 테라스에 깃들어 꽃향기만큼 그윽한 훈자 녹차를 마시다 보면, 마치 훈자강에 실려 아득히 먼곳으로 한 번 더 떠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껴봐도 좋다. 

훈자에도 발티트 요새(Baltit Fort)와 알티트 요새(Altit Fort) 등 야만의 역사가 남아 있지만 기실 이곳에서는 유적을 찾고 풍경을 찾기보다는 사람 속으로 들어갔을 때 좀 더 실감나는 훈자를 겪는다. 훈자 사람들은, 아니 파키스탄 사람들은 그 누구라도 여행자를 돕고 친밀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 검은 피부와 짙은 눈썹, 더 짙은 콧수염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지만 큰맘 먹고 따스한 시선을 건네주면 그보다 몇 곱절 더 따스하고 훈훈한 정으로 돌려준다. 


천상의 풍경 훈자 은하수
훈자의 밤은 결코 훈자의 아침에 뒤지지 않는다. 좀 걸어본 사람이라면 라카포시를 비롯해 곳곳에 개설된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어도 좋다. 가능하다면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 야영을 한다면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숨 막히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별이 빛나는 밤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게 된다. 별이 빛난다기보다는 수천수만의 전구들이 일시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야외에서 밤을 보낸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단단히 무장하지 않으면 설산의 추위에 내가 먼저 나가떨어질 수도 있으니. 

은하수는 어느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감흥이 다르다. 몽골 초원의 은하수, 사하라의 은하수와는 또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설산 협곡을 따라 흘러드는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어깨에 담요를 두르고 앉아 올려다보는 하늘은 천상의 풍경이 어떠한 것인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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