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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가짜 박사·교수 판친다

원무과 출신은 의사, 행정실 출신은 교수 등으로 신분 속여

“의사·교수라도 과대과장 광고는 불법”

  • (2015-12-04 00:00)

 다단계판매업계에 가짜 박사와 교수 등 전문직을 사칭한 강사들이 늘어나면서 업계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다. 주로 의료관련 분야의 학위를 소지했다거나 의사를 사칭하고 있으나 실상은 과거 병원의 원무과나 물리치료실 등에서 일한 경력을 의사나 박사, 교수 등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들의 학력 또는 경력 위조는 소비자나 판매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회사 측에서도 묵인하는 사례가 많아 잘못된 의학정보나 건강정보를 전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강의 현장에서는 잘못된 의학지식을 전달하던 강사가 소비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이러한 사건들이 거듭되면서 소비자들의 다단계판매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 판매원들의 이야기다.

 A사는 설립 초기부터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 근무한다는 의과대 교수 B씨를 초대해 세미나에 적극 활용해 왔다. 일반인이 듣기에는 해박한 의학지식이었지만 전문가가 듣기에는 어쩐지 부족한 강의라는 것이 이 회사의 판매원 C씨의 이야기다. C씨는 “처음에는 박사님이 하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점점 궁금한 게 생기더니 급기야는 의혹으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교수라고 해도 진료와 수업을 병행하자면 강의할 시간이 많지 않을 텐데 거의 매주, 어떤 때는 한 주에도 몇 번씩 강의를 하는 걸 보고 대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결국 C씨는 B씨가 근무한다는 학교와 병원에 전화를 했고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근무한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또 다른 회사에서 B씨의 강의를 들었다는 모 판매원은 “A사에서 강의할 때는 B사의 제품이 최고인 것처럼 이야기하고서, 다른 회사에서는 또 그 회사의 제품이 더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데에서 의료인에 대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B씨는 모 신생사의 제품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신생사의 강의에 치중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전공에 합당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떴다방 판매원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 그 제품에다 자신의 지식을 맞추는 것이다.

 최근 1~2개월 사이에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 업체 역시 의료인을 강사로 기용하고 있다. 일본의 동경대 의학과 출신이라고 소문이 났으나, 일본의 병원에서 근무한 것은 맞지만 진료와는 무관한 분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사자인 D씨는 “내가 일본에서 활동한 것은 맞지만 박사라고 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나도 사람들이 박사라고 부르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제는 박사라고 불러주는 게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일본에서 활동한 분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D씨를 잘 아는 모 업체의 판매원은 “모 외국계 업체에서 강의할 때는 자신의 입으로 동경대 박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서 “사실 건강 관련 강의는 박사라고 더 잘 하고 박사가 아니라고 더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진솔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과대광고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중견급 업체에서 강의를 하는 E씨는 한때 유명한 한의사로 소문이 났으나 미국에서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 대체의료 분야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씨는 중국에서 중의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해 미국의 대학병원에서 초빙해서 옮겨갔다고 주장해왔으나 사실 여부를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불법의료행위의 하나인 홍체 검진과 아로마테라피, 침술과 사혈 등을 가르치면서 교수를 자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각 다단계판매 업체의 소위 ‘석세스 스쿨’ 등에서 강의하는 판매원에 대해서도 ‘사장’이나 ‘강사’라는 호칭보다는 교수라는 호칭을 선호하면서 신규 회원들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 같은 호칭의 인플레 현상은 의사, 박사, 교수 등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이들의 호칭을 이름 뒤에 붙임으로써 환상을 충족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업계의 종사자들은 찬성과 반대로 명백하게 나뉘어진다. 우선 찬성하는 쪽은 “박사나 교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안다는 말이 아니고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대해 깊이 안다는 것을 뜻하므로 다단계판매와 영양 관련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온 사람들을 박사나 교수라고 부른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사나 교수는 그냥 알고 있다고 얻을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일반인들의 상식을 벗어나 박사나 교수라는 호칭을 남발할 경우 정말로 다단계판매 업계는 사기꾼들의 소굴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임직원들 중에도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없지 않고, 판매원들 중에도 박사나 교수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그 같은 자격을 가졌다고 해서 학위나 자격증을 갖고 다니는 것도 아니므로 전문직으로 소개할 때는 자격증이나 증빙서류 등을 PT자료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도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무리 박사 학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위의 명예를 담보로 과대 과장 광고를 자행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환기했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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