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르니 외국계 기업 적신호

원자잿값↑ 제품값 인상 불가피…수출 기업은 ‘쏠쏠’

(2022-08-31 15:22)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하면서 다단계판매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품을 수입해서 파는 외국계 업체 대부분이 원자잿값이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치솟으며 손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29일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8월 26일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러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자 다단계판매업계 내에서는 제품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등 수입에 대한 부담이 늘어 제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암웨이, 애터미, 뉴스킨, 허벌라이프, 하이리빙, 멜라루카 등의 기업이 일부 제품값을 올렸고, 이외의 기업도 현재 제품값 인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 상위 기업 대부분 제품 수입
2021년 기준 다단계판매업체의 매출액은 5조 1,831억 원이고, 상위 10개 업체가 매출액의 78.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위 10개 업체 중 9개 업체가 외국계 기업으로, 이들 대부분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다단계판매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건강기능식품 수입 상위 30개 업체 중 6개 업체가 다단계판매업체다.

한국암웨이는 수입액 1억 7,67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2위 피엠인터내셔널코리아 9,144만 달러, 3위는 유니시티코리아(글로벌 매뉴팩쳐링 포함) 6,539만 달러, 4위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 4,356만 달러, 24위 뉴스킨 코리아 871만 달러, 25위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 862만 달러 순이다.

피엠인터내셔널코리아 관계자는 “환율의 증감은 피엠인터내셔널과 같은 수입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현황에 영향을 미치며, 원화로 진행되지 않는 연간 예산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다양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제품 생산 비용과 배송비 상승으로 인해 9월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면서도 “환율 급등이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환율이 오른다고 하여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환율이 떨어졌을 때 제품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요청과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니시티코리아 관계자는 “매출은 작년보다 성장하고 있는데, 본사에서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다 보니 수익적인 측면에선 좋지 않다”며 “환율도 오르고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 등의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CFO(최고재무책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제품·원료 수입 의존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 이렇다 할 영향은 받지 않고 있다. 애터미 관계자는 “원료 수입이 거의 없어서 국내 영업에 영향은 크게 안 받는다”면서도 “수출의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일본 등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매달 환율 변동폭이 달라 최종적으로 감사보고서가 나와봐야 환차손익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수출대금을 달러로 받는 수출 기업은 당장에는 긍정적이다.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리뉴메디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채산성이 개선됐고, 당장 이익이 되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도 “지금은 수입 업체들이 힘든 상황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수출 업체도 원가부담이 커져서 이익을 계속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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